외교부

노무현 대통령이 1961년 4월5일 수교 이후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9월3일부터 5일까지 그리스를 국빈방문한다. 그리스는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와 정서적 유사성과 공통점이 많은 나라에 속한다. 그만큼 우리 국민 모두가 그리스 문화와 생활에 편안함을 느낀다. 그리스는 발칸반도의 유일한 유럽연합(EU) 회원국으로서 평화·번영의 지역 질서를 주도하고 있다. 국민소득 2만달러를 넘어선 자신감으로 고대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 국제무대에서 행보를 넓히고 있다.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그리스 병사 1만581명이 한국 전선에 투입되었다. 민주주의 종주국의 후손 186명이 한국전에서 산화했다. 노 대통령은 아테네에 도착하자마자 첫 일정으로 백발이 성성한 한국전 참전용사들을 만나 우리 국민의 정성 어린 고마움을 표시하고 훈훈한 정을 나누면서 이들을 격려할 예정이다. 전 그리스 사람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할 것이다.

한국전쟁은 결코 잊혀진 전쟁이 아니며, 그리스의 도움은 역사를 통해 두고두고 우리 한국민 모두의 마음속에 생생하게 간직되고 있음을 보여줄 것이다.

두 나라는 경제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호혜적 협력을 해나가고 있다. 전 세계 최대 해운국 그리스와 전 세계 최대 조선국 한국이 해양을 무대로 만나 대표적 윈윈 산업 협력을 이루고 있다.

그리스 선주들은 약 3000대의 원양선대(적재량 3000t 이상 기준)를 보유하면서 해상 운송의 왕자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리스 선주 소유 선박의 약 절반 정도가 우리나라 조선소에서 건조되었다. 전 세계에서 자동차 시장의 한국 차 점유율이 그리스만큼 높은 나라도 없을 것이다.

한국 차가 그리스 신차 수요(연간 27만대)의 14%를 차지하고 있다. 휴대전화기, 플라스마 TV, 냉장고, 에어컨 등 우리 기업의 IT(전자기술)제품과 전자제품이 12∼65%대의 높은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면서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그리스는 해운과 관광의 나라이다. 이번 노 대통령의 방문 시 해운협력협정과 관광협력협정을 체결한다. 우리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또 다른 산업 협력을 이루어 낼 수 있다.

그리스는 크레타 섬에 지중해와 흑해 그리고 중동을 연결하는 최대의 환적항만 건설과 전체 항만 물류 전산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국산 고등훈련기(T-50) 유럽 진출 전초기지로 그리스 시장이 매력적으로 다가오고 있다. 우리의 높은 기술력이 그리스 경제와 안보에 기여하여 제2의 윈윈 산업 협력이 가능한 분야이다.

오늘날 세계 각국은 경쟁적으로 문화 콘텐츠 산업을 발전시켜 고부가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서구 문명의 원조국 그리스는 파르테논 신전 등 유수한 인류문화유산을 관광과 접목해 부러운 알짜 문화관광산업을 만들어 내고 있다. 우리가 눈여겨볼 만한 분야다.

우리 외교가 더 넓은 무대에서 한민족의 꿈과 기상을 펼쳐 나기 위해서는 경제력에 상응하는 국제적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 그리스는 유엔 안보리 비상임 이사국이다. 차기 유엔 사무총장 선출에 소중한 15표 중 한 표를 가지고 있다.

역사적 기회를 살려나가는 데 그리스가 우리 가까이 성큼 다가오고 있다. 노 대통령의 이번 그리스 방문은 그야말로 역사적 방문이다. 한국과 그리스는 민주주의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노 대통령의 방문을 계기로 21세기 인류 역사 발전 대열에 동참하면서 성숙한 동반자 관계로 발 빠르게 나아갈 것이다.

정해문 駐 그리스 대사

출처 : 세계일보 (2006/09/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