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하면 우리 중 십중팔구는 축구와 마라도나와 탱고를 떠올릴 것이다. 정치에 관심이 있거나 나라 장래를 걱정하는 사람이라면 아마도 아르헨티나는
20세기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세계 5위 안에 드는 경제 부국이었는데 페론이즘(peronism)이란 대중인기에만 영합하는 잘못된 정치로 선진국
문턱에서 주저앉은 망한 나라, 그래서 우리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나라라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이곳을 처음 찾은 사람들은
하나같이 공항을 벗어나 호텔에 도착하기도 전에 자기의 상상을 벗어난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모습에 혼란을 느끼기 시작한다. 파산한 나라의
을씨년스러움이 아닌, 부유의 윤기와 수준 높은 문화의 향기와 여유가 묻어나는, 남미가 아닌 유럽 같은 도시를 만나면서 정말 이 나라가 부도난
나라가 맞는가 하는 의문이 절로 들기 때문이다. 게다가 페론에 대한 아르헨티나 국민 정서를 보면 우리가 국내 정치 현실에 맞춰 아르헨티나를 우리
편의대로 재단하고 해석해 오지 않았나 하는 생각마저 든다. 페론이 누구인지도, 페론이즘이 정말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잘 모르면서 페론이즘 때문에
아르헨티나가 망했다고 말해온 것 아닌가 하는 느낌이다. 이제라도 우리는 아르헨티나의 실체적 진실에 대해 포퓰리스트적이 아닌 객관적이고
사회과학적인 접근을 해야 할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특히 우리가 반면교사 운운하며 아르헨티나에 대해 간과하고 있는 사실 중
하나는 아르헨티나가 가진 거대한 경제적 잠재력과 가능성이다. 남반구에 위치한 이 나라는 한반도의 13배나 되는 땅에 한반도 전체인구
7500만명의 절반 수준인 3700만명이 살고 있으며, 넘치는 곡물.육류.수산.산림.광물자원이 있고, 가스.석유 등 아직도 전체 매장량이
얼마인지 모를 정도의 천혜의 에너지자원을 가진 자원대국이다. '아르헨티나가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 기적'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그런데도 우리는 아직 아르헨티나를 제대로 알고 진출하려는 전략 하나 갖고 있지 못하다. 우리에게는 아르헨티나를 포함해
브라질.파라과이.우루과이와 같은 메르코수르(MERCOSUR) 4국과 칠레.페루.볼리비아.콜롬비아.베네수엘라 등 남미지역의 농림축수산.광물 및
에너지자원에 대한 제대로 된 보고서 한 권 없고, 제대로 훈련받은 전문가도 없다.
자원시장의 공급 부족으로 자원가격이 폭등하고
있는 현실에서 시장구매에만 의존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중국.인도.러시아.브라질 등 브릭스(BRICs) 국가들의 경제성장에 따라 이미 다가온
21세기 자원전쟁시대에 전략자원의 안정적 확보는 국가의 명운이 걸린 과제다. 식량자원이 크게 부족하고 에너지 자원의 대부분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의 경우는 더욱 절박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장기적인 자원안보를 위해서는 남반구에 위치한 아르헨티나와 남미 국가들에
대한 자원탐사와 개발에 참여하고 투자도 늘려야 한다. 그리고 한반도의 넘쳐나는 인력을 남반구로 보내는, 자원개발과 연계한 투자이민도 새롭게
추진해야 한다. 일본이 이미 오래전에, 그리고 중국이 최근 남미 진출을 서두르고 있는 현실을 깊이 눈여겨보아야 한다.
우리가
노력하기에 따라 아르헨티나는 기회의 땅이 될 수도 있다. 지금은 비록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자원부국인 이 나라가 가진 발전의 잠재력과
전략적 가치 그리고 남미지역에서의 지도적 위치와 영향력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어려움에 처한 친구를 돕는 차원에서 아르헨티나에 대한
투자와 실질협력 확대를 위해 이제라도 자원조사 및 투자 개발단을 보내고 자원 구매단 파견을 서둘러야 한다. 그래서 아르헨티나를 21세기를 함께
열어나가는 우리의 진정한 동반자가 되게 해야 한다./ 최양부 주 아르헨티나 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