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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6월) EU 금융 통합 노력의 종합·확장판인 저축투자연합, 투자자 보호 강화 등이 과제 (박성하 금융관)

작성자
주벨기에대사관
작성일
2025-06-02
수정일
2025-06-02


EU 금융 통합 노력의 종합·확장판인 저축투자연합, 투자자 보호 강화 등이 과제 관 KDI 경제정보센터에서 발간하는 월간 '나라경제 6월호, 세계는 지금' 코너에 기고된 내용입니다. 




올해 EU 경제정책의 화두는 단연 경쟁력이다. EU는 유럽이 지정학과 기술환경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하면서 경쟁력 위기에 처하게 됐고, 위기가 장기화하면 소득·안보·복지 등 다양한 측면에서 현재 수준의 삶의 질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유럽이 세계 최고 수준의 인재와 기술력, 자금을 보유하고 있기에 이를 효율적으로 엮어낸다면 경쟁력 위기를 어렵지 않게 극복할 수 있다고 기대한다. 현재 EU 금융정책의 핵심인 ‘저축투자연합(SIU; Savings and Investments Union)’이 제안된 것은 이러한 맥락에서다. 

소매 투자자의 자본시장 신뢰도 높여 10조 유로 가계저축을
역내 자본시장으로 유도, 혁신 스타트업 투자로 연결
SIU는 EU가 새롭게 추진 중인 금융 전략으로, 유럽 각국 국민이 보유한 풍부한 자금이 유럽 내 혁신적인 기업과 프로젝트에 원활하게 투자될 수 있도록 금융 부문 자금중개기능의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전략이 나오게 된 배경에는 EU경제의 몇 가지 구조적 과제가 있다. 

첫째, EU는 기후변화 대응, 디지털 전환, 방위력 강화 등 향후 수년간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과제들을 안고 있고 이 모두를 공공재원만으로 충당하기는 어렵다. EU는 2030년까지 연간 7,500억~8천억 유로의 추가 투자가 필요하다고 추산하는데, 막대한 규모의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민간자본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둘째, 유럽 가계가 보유한 대규모 저축이 효율적으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현재 EU 가계는 자산의 약 70%에 달하는 10조 유로 규모의 저축을 역내 은행 예금으로 보유하고 있고 매년 3천억 유로 정도의 EU 투자자금이 미국 등 역외시장으로 유출되고 있다. 자금이 역내 자본시장에서 생산성 높은 투자로 이어지면 EU경제의 생산성을 높이는 동시에 현재와 미래 세대의 소득을 높이고 고령 가계가 충분한 은퇴자금을 마련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셋째, 미국과 중국 등 거대 경제권과의 경쟁도 중요한 배경이다. EU는 혁신기업에 대한 투자 규모나 자본시장의 깊이(가격 변동 없이 대량의 자산을 매수하거나 매도할 수 있는 능력으로 시장 내 거래 활성도 및 유동성을 나타내는 개념) 면에서 미국 등에 뒤처져 있는데 이를 따라잡기 위해 첨단산업 분야에 민간 투자자금 공급을 늘려야 한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3월 SIU 전략을 공식 발표하면서 향후 2년간 추진할 정책 리스트를 네 가지 축을 중심으로 제시했다. 첫 번째 축은 가계저축을 자본시장으로 유도하기 위한 정책이다. EU 차원의 ‘저축·투자 계좌(savings and investments accounts)’ 도입 등 소매 투자자들이 자본시장에 쉽게 접근하는 방법을 제공하고 투자자 보호를 강화하는 한편, 금융 이해력(financial literacy) 향상 전략을 병행해 투자에 대한 국민의 이해와 신뢰도를 높일 계획이다. 더불어 회원국 수준에서 국민의 충실한 노후 대비와 장기투자 재원 형성을 함께 도모할 수 있도록 개인연금, 직장연금 등 보충연금(supplementary pension)을 활성화하고, 이를 위해 연금 자동 가입을 확산하는 등 제도를 정비한다. EU 수준에서는 범유럽 개인연금(PEPP) 등 기존 연금상품 개선 방안을 강구하고자 한다. 

두 번째 축은 자본시장으로 유도된 자금을 기업, 특히 혁신 스타트업 투자로 이어지도록 하는 정책이다. 유럽은 전통적으로 은행 중심의 금융시스템이 발달해 왔으며, 모험자본의 발전은 미국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미흡해 스타트업과 성장 단계 기업이 역외에서 자금을 조달하거나 외국 기업에 인수되는 일이 빈번하다. EU는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벤처캐피털 투자, 주식 발행 등 자본시장 기반의 자금조달 비중을 확대하려 한다. 구체적으로 보험사, 연금기금 등 기관투자자의 주식투자 규제를 완화하고, 벤처펀드 제도 개선을 추진하는 한편, 원활한 투자자금 회수(exit) 방안을 내놓는 등 여러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또한 은행 대출자산을 자본시장으로 유동화하는 증권화시장 활성화 방안도 준비하고 있어 앞으로 은행들이 더 많은 대출 여력을 확보하고 투자자들도 새로운 상품에 투자할 기회를 얻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급결제시스템 등의 인프라 및 금융감독 기준 통합해 
시장 효율성 높이고 규모의 경제 실현
세 번째와 네 번째 축은 유럽 자본시장을 통합해 시장의 효율성을 높이고 규모의 경제를 영위하기 위한 정책이다. 먼저 EU 자본시장의 단절을 해소하고 국가 간 자금흐름의 장벽을 제거하기 위해 지급결제시스템 등 금융시장 인프라의 통합을 도모하고, 자산운용사의 역내 영업 관련 행정 절차를 간소화하는 등의 조치를 준비하고 있다. 아울러 금융감독 기준을 일치시켜 어느 나라에서든 동일한 규제와 보호를 받을 수 있게 하고자 회원국의 권한 중 일부를 EU 차원으로 이관해 감독의 일관성을 높이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SIU 전략들은 기존의 은행동맹이나 자본시장동맹과 맥을 같이한다. 은행동맹은 지난 2012년 유럽 재정위기 이후 유럽 은행들을 공동 감독·관리하기 위해 도입됐는데, 현재 유럽중앙은행(ECB)이 단일 감독기구로서 주요 시중은행을 감독하고 단일부실정리 위원회가 부실 은행 정리 메커니즘을 가동하는 등 성과를 냈다. 다만 EU 차원의 예금자 보호제도가 미완으로 남아 있어 완전한 은행 통합에는 아직 이르지 못했다. 자본시장동맹은 지난 2015년 시작된 이니셔티브로, 국경을 초월한 단일 자본시장을 조성해 기업이 EU 어디서나 투자받고 투자자도 전역에 투자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였다. 그러나 회원국 간 법·세제 조율에 난항을 겪으며 충분한 진전을 이루지 못해 EU 자본시장은 여전히 단절이 심한 상황이다. 과거의 교훈을 바탕으로 EU는 SIU 전략을 통해 은행동맹과 자본시장동맹의 노력을 하나의 청사진으로 통합해 더 종합적이고 강력한 추진력을 확보하고자 한다. 

한편 기존의 자본시장동맹과 비교할 때 SIU의 두드러지는 차별점은 일반 가계 투자자에 초점을 맞췄다는 데 있다. 자본시장동맹이 주로 제도 개선을 통한 투자환경 조성에 방점을 뒀다면, SIU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국민의 투자 참여를 직접 유도하는 데 집중한다. 결국 SIU는 기존 금융 통합 노력의 종합·확장판으로, 은행시스템부터 자본시장, 나아가 가계 부문까지 아우르는 EU의 단일 금융시장 구축을 위한 종합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EU의 금융시장 통합 노력은 과거부터 지금까지 오랜 기간 지속한 데 비해 회원국 간 이해 충돌과 정치적 의지 부족으로 그 성과는 당초의 목표에 크게 미치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다수의 전문가가 SIU 역시 기존의 장애 요인을 극복하지 못할 경우 과거의 경험을 되풀이할 수 있다고 경고하며, 우선 해결하거나 중점을 두고 추진해야 할 과제들을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조화로운 규제체계 구축 위한 회원국 협조와 함께
EU 규정에 회원국 차원의 규제 더해지는 문제 해결 등이 관건 
첫째, 회원국별로 상이한 규제와 법률(파산법, 세제 등)이 일관성을 갖춰야 투자자들이 안심하고 역내 어디에나 투자할 수 있다. 따라서 회원국의 협조와 법제 정비를 통해 단일하거나 조화로운 규제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EU는 ‘28번째 법체계(28th regime)’, 즉 스타트업 등 특정 경제주체를 대상으로 기존 27개 회원국 규정 대신 EU 체계 아래 적용되는 대안적 단일 법률 체계의 규제를 받도록 하는 것을 한 가지 해법으로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회원국의 이해관계 등을 감안하면 현실화하기까지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둘째, 다수의 전문가가 EU 금융시장 통합과 국경 간 투자 흐름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금도금(gold plating)’ 문제를 지적한다. 금도금은 EU의 규정이 회원국 규정으로 전환되거나 하위 규정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불필요하거나 상위 규정의 취지를 훼손하는 규제·행정 절차가 추가되는 현상을 일컫는다. 2024년 폴란드 공인재무분석사(CFA) 협회에 따르면 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의 회원국에서 금도금 현상이 나타나며, 주로 규제 적용범위 확장, 감독 권한의 확대 해석, 규정보다 엄격한 승인 요건 등의 형태를 취한다. EU 집행위도 해당 문제를 충분히 인식하고 해결을 위한 여러 조치를 고려 중이지만 이 또한 단기간 내 해결하기 쉽지 않다.




셋째, 소매 투자자의 자본시장 신뢰를 높일 필요가 있다. 유럽 국민의 자본시장 참여도가 낮은 것은 위험회피 성향이 높기 때문이지만, 자본시장에 대한 낮은 신뢰도 역시 일부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유럽 투자자 및 금융서비스 사용자 연맹인 베터 파이낸스(Better Finance)는 피아트 크라이슬러 오토모빌스(현 스텔란티스)의 배기가스 배출량 조작 스캔들로 피해를 본 미국 투자자들은 보상판결을 받았지만 유럽의 소액주주들은 그렇지 못했다며 미국과 유럽의 소비자 보호 격차를 지적했다. 2008년 금융위기 등의 경험으로 자본시장에 대한 불신이 여전한 만큼, 투자자 보호장치를 강화해 개인 투자자들이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많은 공을 들일 필요가 있다. 

회원국 간 이해관계 조율과 정치적 합의 과정을 감안하면 앞서 언급된 정책 하나하나가 추진하기 쉽지 않은 과제다. 그럼에도 경쟁력 위기에 대한 공통의 우려와 EU 통합 의지를 바탕으로 차근차근 과제를 해결해 나간다면, 기업은 거대 단일 자본시장의 풍부한 투자자금을 바탕으로 성장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투자자는 국적 불문 다양한 기회를 공유해 더 높은 이익을 얻어 궁극적으로 유럽경제 활력 제고와 경쟁력을 강화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결국 SIU의 향방은 EU의 결속과 결단에 달려 있으며, 향후 몇 년간의 추진 성과는 유럽 통합 금융시장의 미래를 결정 짓는 분수령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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