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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4월) EU, 규제 부담 완화와 그린딜 두 마리 토끼 잡을 수 있을까? (신인규 환경관)

작성자
주벨기에대사관
작성일
2025-04-02
수정일
2025-04-02


EU, 규제 부담 완화와 그린딜 두 마리 토끼 잡을 수 있을까? 관 KDI 경제정보센터에서 발간하는 월간 '나라경제 4월호, 세계는 지금' 코너에 기고된 내용입니다. 


지난 3월 10일 유럽의회 본회의에서 설전이 벌어졌다. EU 집행위원회가 2월 26일 발표한 첫 번째 옴니버스 패키지(Omnibus I)에 관한 토론에서였다. 지난해 12월 출범한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2기 집행위는 출범 당시부터 100일 안에 유럽 경쟁력 강화를 위한 기업 부담 완화 방안을 내놓겠다고 약속했고 실제로 여러 계획과 제안을 발표했다. 그중에서도 첫 번째 옴니버스 패키지는 EU 기업에 불필요한 부담을 주는 규제를 간소화하기 위한 것으로, EU에서 활동하는 기업의 ESG 공시의무를 강화한 기업 지속가능성 공시 지침(CSRD), 공급망 내 인권·환경 등 여러 요소에 대한 실사를 시행·보고할 의무를 부과한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 지침(CSDDD), 친환경 분류체계(EU Taxonomy),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에 대한 개정 제안이 담겨 있다. 

EU 기업 규제 완화하는 옴니버스 패키지 발표에
유럽의회 내 반응 크게 엇갈려

유럽의회 의원들은 중소기업의 과도한 부담을 완화한다는 취지에는 대체로 공감했지만 내용에 대해서는 “간소화가 아니라 규제 완화다”, “다국적 기업의 로비에 넘어갔다”, “EU의 가치를 훼손하고 신뢰를 파괴했다”, “경쟁력에 필요한 것은 규제 완화가 아니라 친환경 기술을 위한 시장 창출이다”라는 반응에서부터 “보여주기식이다”, “미봉책이다”, “간소화가 아니라 규제 철폐를 해야 한다”, “유럽 그린딜(European Green Deal)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는 반응까지 정치 그룹(비슷한 정치관을 가진 유럽의회의 의원들로 구성된 일종의 교섭단체로 유럽의회에서 정당의 역할을 함)별로 확연히 다른 관점을 드러냈다. 주로 기업 지속가능성 공시 지침과 공급망 실사 지침의 개정 제안에 대한 의견이었지만, 한 걸음 더 나아가 그린딜로 대표되는 유럽의 기후 및 환경 정책에 대한 각 정치 그룹의 인식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앞으로도 EU 집행위의 정책 우선순위인 유럽의 번영과 경쟁력 강화에 방점을 두고 기후 및 환경 관련 법규의 제정·개정과 물 회복력, 기후적응 등과 관련한 주요 전략 계획이 이어질 예정이어서 이러한 논쟁은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 첫 번째 옴니버스 패키지조차 집행위가 제안한 대로 빠르게 처리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이지만, 기후목표를 둘러싼 앞으로의 전개를 예측하는 데 고려할 만한 몇 가지 사실을 짚어보려고 한다. 

그린딜은 폰 데어 라이엔 1기 집행위가 2019년 12월에 발표한 EU의 ‘성장 전략’이다. 기후와 환경의 위기를 극복하면서 이를 지속 가능한 경제로 전환해 유럽이 세계 최초로 기후중립(climate-neutral) 대륙이 되는 계기로 삼고자 했다. 2050년까지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넷제로를 달성하고 자원 사용과 경제성장을 분리하며, 그 과정에서 누구도 소외되지 않도록 보장한다는 약속을 담았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EU는 「유럽기후법」 제정, 2030년 기후목표 달성을 위한 ‘핏 포 55(Fit for 55)’ 패키지 마련 등 입법과 이니셔티브를 쉴 틈 없이 추진해 왔다. 

이러한 추진력은 EU 시민들의 기후목표 지지에서 나왔다. EU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를 제공하는 유로바로미터의 2020년 기후변화 인식 조사(Special Eurobarometer 513) 결과, 응답자의 90%가 그린딜의 기후중립 목표에 동의했고 회원국 모두에서 절반 이상의 응답자가 새로운 녹색경제를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조사(Special Eurobarometer 538)에서도 응답자의 75%가 기후변화 대응 조치가 EU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혁신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답하는 등 EU 시민들은 기후중립 목표와 조치에 긍정적인 인식을 보였다. 

강력한 정책 추진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성과도 나타났다. 지난해 10월 EU 집행위가 발표한 「2024년 기후행동 진전 보고서(Climate Action Progress Report 2024)」에 따르면, 2023년 EU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년 대비 8.3% 감소했다. 이는 1990년 당시 온실가스 배출량에 비하면 37% 낮은 수준으로, 같은 기간 EU의 GDP가 68% 성장한 것을 고려하면 온실가스 감축과 경제성장의 양립 가능성을 보여주는 결과라 할 수 있다. 물론 아직도 갈 길은 멀다. 지난 1월 유럽환경청이 발간한 「제8차 환경행동 프로그램 모니터링 보고서(Monitoring Report on Progress towards the 8th EAP Objectives 2024 Edition)」에 의하면 EU가 2030년 기후 및 환경 목표 달성을 위한 궤도에 오르려면 그린딜정책 완전 이행 등 단호한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다. 
 


 

2023년 온실가스 배출량 전년 대비 8.3% 감축한 성과에도 
기업 규제 간소화로 정책방향 선회?

이처럼 긍정적인 성과가 있고 당초의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앞으로 갈 길이 바쁜데도 집행위가 급히 그린딜 법규들의 개정을 추진하는 것은 과도한 규제 부담을 줄여야 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마리오 드라기 전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유럽 경쟁력의 미래(The future of European competitiveness)」 일명 ‘드라기 보고서’를 통해 유럽인이 느끼는 경제 위기를 분야별로 진단하고, 유럽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연간 최대 8천억 유로의 신규 투자, 규제 부담 축소 등을 권고했다. 정책을 잘 조율하면 탈탄소화는 유럽에 기회가 되겠지만 지나치게 많은 규제는 기업 성장에 부담을 주므로 간소화가 필요하다는 평가였다. 

폰 데어 라이엔 2기 집행위는 드라기 보고서의 권고를 바탕으로 유럽의 경쟁력 향상을 우선순위에 둔 정책방향을 제시하고 실행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기업의 부담을 줄이려는 조치들이 기후행동을 약화하는 규제 완화가 아닌지에 대해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 유럽의회 선거를 앞두고 농업 부문을 중심으로 환경 규제에 대한 반발이 거셌고, 선거에서도 극우 정당들이 선전하면서 그린딜의 후퇴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이어져 왔다. 이 와중에 연임에 성공한 폰 데어 라이엔 집행위원장이 규제를 간소화하겠다는 계획을 서둘러 발표한 것이어서 새로운 정치 지형을 고려한 정책방향의 대전환으로 해석될 여지가 충분해 보인다. 

그러나 EU 집행위의 인적 구성과 최근 발표한 정책 문서에서 언급한 내용으로 볼 때, 집행위는 여전히 그린딜이 제시한 미래가 유럽이 나아갈 길이라고 믿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전 집행위에서 그린딜을 담당한 마로시 셰프초비치 집행위원이 무역 및 경제안보 담당을 연임했고, 기후행동 담당이던 봅커 훅스트라 집행위원도 이번에 기후·넷제로·청정성장 담당을 연임했다. 한편 환경 분야를 해양 및 어업과 분리해 환경, 물 회복력, 순환경제를 담당하는 집행위원직도 마련됐다. 또한 청정, 공정 및 경쟁력 있는 전환을 담당하는 수석부위원장직을 두면서 자국에서 친환경 전환을 주도해 온 테레사 리베라 전 스페인 부총리를 임명했다. 그린딜의 후퇴보다는 한 단계 더 진전시키겠다는 의지를 읽을 수 있는 인선이다. 
 


정치 지형 변화와 경제·안보 위기 상황에서
다시 한번 위기를 녹색전환의 기회로 

지난 1월 말에 발표된 ‘EU 경쟁력 나침반(Competitiveness Compass for the EU)’은 새 EU 집행위의 향후 5년 정책방향을 담은 문서다. 여기에서도 기후목표의 후퇴에 대한 세간의 우려를 의식한 듯 2050년까지 탈탄소 경제를 이루겠다는 목표와 그에 따라 마련된 2040년 온실가스 90% 감축 목표 및 정책이 유지될 것임을 강조했다. 목표와 정책을 잘 조율한다면 탈탄소화가 유럽의 강력한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는 확신을 드러낸 것이다. 화학 규제와 관련해서는 규제 간소화와 신속한 의사결정을 추구하면서도 안전을 강화했고, 자동차 이산화탄소 배출기준은 장기적인 정책 안정성 제공을 위해 목표 수준을 유지하면서 기술중립적인 해결책을 모색하는 방향을 제시했다. 

이어 2월 말 발표한 ‘청정산업딜(Clean Industrial Deal)’은 기후목표의 지속 추진을 전제로 탈탄소화를 산업, 경쟁, 경제, 무역정책과 통합해 성장 동력으로 삼는 방안을 담았다. 이후 옴니버스 패키지를 발표하면서도 EU 집행위는 그린딜의 목표가 유지되며 그 목표를 더 잘 달성하기 위해 방법을 바꾸는 것이라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정치 지형의 변화, 경제 위기에 안보 위기까지 더해진 유럽의 현재 상황은 그린딜의 목표를 굳건히 추진해 나가는 데 유리한 조건은 아니다. 미국이 파리협정에서 탈퇴하는 등 글로벌 기후 및 환경 협력도 순탄하지 않은데, 무역전쟁의 위기가 고조되는 데다 EU의 국방력 강화를 위한 재원 확보도 요구되고 있다. 

하지만 그린딜 위기가 처음은 아니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유럽경제가 위축되는 상황에서 바이러스 대응과 피해 복구에 집중하기 위해 그린딜을 유예 또는 폐기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바 있다. 하지만 당시 EU는 오히려 그린딜을 지속 추진하며 경제 위기에서 회복하는 과정을 녹색전환의 기회로 활용하는 전략을 택했다. 2020년 7월 EU 정상들은 1조8,243억 유로 규모의 경제회복 패키지에 합의하며 그중 30%를 2050년 기후중립 목표 달성 등 기후 관련 사업에 배정함으로써 그 의지를 보여주기도 했다. 

2025년의 EU는 규제 간소화를 통해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면서 2050년 기후중립의 궤도에 오르기 위한 전환을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을까? 앞으로 EU 리더들이 기후 및 환경 관련 규제 간소화 조치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그것이 법규에 대한 신뢰를 해치지 않고 목표를 더 효과적으로 달성하는 방법인지를 면밀히 검토해 혁신을 촉진하되 불필요한 부담을 없앤 규제를 만들어가길 기대해 본다. 다양한 정치 성향과 27개국의 입장을 조율해야 하는 EU가 기후목표에 다가가는 과정은 2050 탄소중립 목표를 추진하고 있는 우리나라가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합의를 도출하는 과정에도 좋은 참고 사례가 될 것이다. 



https://eiec.kdi.re.kr/publish/naraView.do?fcode=00002000040000100010&cidx=15123&sel_year=2025&sel_month=04&pp=20&pg=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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