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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기구 인턴] Be Proactive with Initiative!

등록일
2020-03-31 16:27:55
조회수
2187

이름

윤여정

연령대

20대 초

참여 프로그램

에너지기구 파견

활동 기간

2018.12. - 2019.08.

활동 지역

UAE 아부다비

지원 경로

해외 인턴 검색을 통해 지원

 

앗 이건 내가 생각하던 일이 아닌데..’


IRENA 건물 외부  ⓒ IRENA

국제기구에 도착한 첫 날, 겨우 두 시간 만에 앞으로 내가 하게 될 일이 내가 생각하던 일과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내가 일하게 된 팀은 Information Communications and Technology였다. 나는 이 팀이 우리가 보통 아는 IT 부서가 아니라 재생에너지에 대한 정보를 다루는 팀이기를 바라였고 그렇지 않더라도 재생에너지기구에서 일하면서 재생에너지에 대해 배울 수 있기를 바라였다. 그렇지만 실제로 하게 된 일은 컴퓨터 모니터나 키보드 목록을 전산화하는 일, 부품의 개수를 세는 일이었다.


많은 것을 포기하고 선택했던 IRENA 인턴이기 때문에 이렇게 나에게 주어진 6개월을 보낼 순 없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첫 날이었기에 내 마음이 어떤 것을 바라는지 깊이 들여다 볼 시간도 없었을 뿐 더러 내게 주어진 일이 내가 원하던 일이 아니라고 해서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다른 것을 바랄 수는 없었다. 그래서 차차 나의 마음을 들여다 보기로 하고 상황에 최선을 다하기로 마음먹었다. 새로움에 집중하였다. 새로 알게 된 사람들에게 나를 소개하고 상대의 이름을 외워 이름을 부르며 인사하였고 ICT 일은 처음 해보아서 새로 알게 되는 것이 많아 매일 복습하였다.

나를 뽑은 분이 나에게 바라는 일은 IRENA 홈페이지 및 IRENA 직원이 사용하는 Intranet의 사용성 개선이었다. 부서장 분은 Intranet이 익숙한 동료들 보다 새로 사이트를 이용하는 내가 사용법을 익히는 데에 어려운 점을 더 잘 알 수 있을 것이며 이외에도 불편한 점을 꼽아낼 것을 기대하였다. 불편한 점을 세세히 찾고 대안이 될 수 있는 예시 사이트도 찾아 정리하였다. 내게 주어진 업무를 정말 잘하고 싶었다. 동시에 동료들의 컴퓨터에 문제가 생겼을 때 해결해주는 업무도 같이 하였는데, 인턴이 다른 부서를 가는 일은 자주 있는 일이 아니었지만 이를 통해 여러 부서를 돌아다니며 나를 소개하고 새로이 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 각자 맡고 있는 일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을 들을 수 있었는데, 이야기를 들을수록 내가 IRENA에서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구체화할 수 있었다. 나는 IRENA에서 재생에너지에 대한 업무를 하며 국제기구에서만 할 수 있는 경험을 쌓고 싶었다. 한마디로 나는 부서를 옮기고 싶었다.

나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것

나는 나의 고민에 대해 자주 이야기하지 않게 된다. 이야기를 듣는 사람을 불편하게 하고 싶지 않기 때문인데, 오히려 나의 이러한 모습에 더 가까워지지 못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바뀌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국제기구에서 일하면서 나에 대해 그리고 나의 상황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다.

ICT 부서에 혼자 여자 분이셨던 동료는 나에 대해 많은 것을 물으셨다. 그러던 와중 전공이 무엇인지 물었고, 나는 화학공학이라고 대답했다. “근데 그럼 여기서 뭐해?”라는 대답이 돌아왔고, 이는 내가 마주하지 못하고 있던 현실을 내 코 앞까지 불러왔다. 그러면서도 부서를 옮기고 싶다고 이야기를 해도 될까 고민했다. 같이 일하는 사수는 건물의 여러 층을 매 시간 돌아다니느라 바빠 책상에 앉아 있지를 못하는데, 인력이 필요해서 나를 뽑았을텐데 옮기고 싶다고 이야기해도 될까 생각했다. 그래도 내가 이야기 안하면 아무도 모른다는 생각에 말했다. “나 사실 부서 옮기고 싶어. 혹시 괜찮다면 이거에 대해 더 이야기 나눠볼 수 있을까?” 그러곤 한참을 다른 곳에 가서 이야기를 나눴다. 옮길 수 있는 팀을 먼저 찾고 현 부서장에게는 바꿔달라고 요구하는 게 아니라 나의 상황을 설명하고 다른 부서로 옮길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지 그것이 어렵다면 다른 부서 일도 같이 해보고 싶다고 이야기하라고 애정 어린 조언을 해주었다.

옮길 수 있는 팀을 찾으려 할 때, 운이 좋게도 IRENA에서 가장 큰 연례행사인 160개국의 대표가 모두 모여 회의하는 Assembly와 이후 재생에너지의 다양성과 미래에 대해 알아볼 수 있는 World Future Energy Summit (WFES) 행사가 시작되었다. 재생에너지 관련하여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고, IRENA 동료를 만나 팀에 인원이 필요하진 않은지 물어보았다. 그러던 차에 “MENA 팀이 올해 일이 정말 많아서 손이 부족하다 하던데, 한번 이야기 나눠봐.”하고 누군가를 가리켰다. 가리킨 곳에 있는 분은 MENA  Regional Programme OfficerZoheir였고, 그에게 나의 상황에 대해 설명하며 부서를 옮기고 싶은데 혹시 나를 받아줄 수 있는 여건인지 물어봤다. 그는 “Most welcome.”이라 몇 번씩 말하며 활짝 웃었다. 이후 나는 부서장 분께 부서 이동에 대해 솔직하지만 정중하게 부탁하였고 그는 다른 부서장과 이야기를 나눠보겠다고 말하였다. 그렇게 일주일이 흘러 나는 한 층 위인 Country Support and Partnerships (CSP)Middle East and North Africa (MENA) 팀에 합류하게 되었다.

내가 그당시 나의 상황에 대해 말하지 않았더라면 용기내지 못하였더라면, 그리고 Zoheir가 팀이 바쁜 상황에 대해 주변과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더라면 나는 재생에너지 이상의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던 MENA 팀에 있지 못했을 것이다. 비슷하게 CSP에서 일하면서 IRENA 내부 다른 부서와 그리고 여러 국가, 단체와 소통할 때에 있어서도 현재 상황을 분명히 전하는 것이 파트너십의 기본이라는 것을 배웠다.

  

IRENA 9th Assembly ⓒ IRENA

Be Proactive with Initiative


IRENA에서 일하면서 영감을 주는 많은 동료를 만났고, 세상은 얼마나 더 다양하고 넓을 수 있는지 다시 한 번 깨달았다. IRENA에서의 재생에너지에 대한 배움과 경험을 토대로 하여 현재 프랑스에 소재한 École PolytechniqueEnergy Environment: Science Technology and Management라는 프로그램에서 석사를 진행 중이다. IRENA에서 배운 것을 정말 많지만, 두 가지 단어가 내 마음 속에 깊이 남아 있어 이를 소개하는 것으로 나의 수기를 마무리하려한다.


Proactivereactive의 반대에 서 있는 말로, 무언가에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미리 나서서 행동을 취하는 것이다. 이 단어는 나라와 관계를 맺고 각 국가의 맥락에 맞춰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돕고자 할 때 사용하였다. Proactive는 파트너를 맺은 국가가 필요한 것을 요청하기 전에 국가에서 필요한 것이 무엇일지 먼저 생각해보는 자세이다.

Proactive한 사람이 세상과 사람을 이끌어 나간다고 생각한다. 어떠한 주제에 대해 깊이 고심한 사람만이 proactive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reactive하기조차도 힘든 상황도 분명히 있다. 모든 일에 대해 proactive할 수는 없지만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해서는 proactive한 사람이 되고자 한다.


Initiative는 새로운 관점에서 시작된 나아감이다. 사전에는 주도권 또는 계획이라 나오지만 나는 뜻에 시작과 새로움이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Initiative는 구멍난 양말을 메운 것 같은 해결책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MENA 팀에서 Pan-Arab Clean Energy Initiative (PACE) 아래에서 석유에너지에서 재생에너지로의 새로이 장을 여는 중동 국가들을 보았다. 이외에도 문제가 생겼을 때 문제에 대해 지적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 문제에 대한 해결책도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 initiative가 마음에 특히 남았다. 앞으로도 initiative를 가진 proactive한 사람이 되고자 노력할 것이다

IRENA의 미션이 적힌 벽 앞에서  ⓒ 윤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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