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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 인턴] ‘열린 세상’을 선물해준 한상 인턴 프로그램

등록일
2020-02-05 15:47:38
조회수
1884

열린 세상을 선물해준 한상 인턴 프로그램

Mundus Apertus Law Firm/강유경

 

[진심이 닿다]


대학 입학 때는 내가 졸업할 즈음이면 적어도 내가 뭘 하고 싶은지 알고 있을 줄 았는데 4학년 1학기를 마치고 자문했을 때 답은 모르겠다였다. 일단 1년 휴학을 했다. 당시 생각하던 진로와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던 플랜A에 도전했다가 잘 풀리지 않자 그것이 이것도 안됐는데 뭐가 되겠어라고 비관하며 큰 슬럼프를 겪고 방향을 완전히 잃었다. 이런 저런 복잡한 생각들 중에 1. 멕시코라는 나라가 너무 궁금하고 살아보고 싶다. 2. 해외취업에는 어떤 길이 있는지 궁금하다. 3. 요즘 취업하려면 인턴 경험이 거의 필수적이라던데,,라는 생각이 뒤섞여서 막연하게 한상 인턴 프로그램에 지원하게 되었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멕시코에 있는 한인 로펌이라니, 한 번도 생각지도 않았던 업종이라 내 진로에 도움이 될지 걱정이 되었다. 면접 때까지 확신이 서지 않았지만, 면접에서 대표님과 마주한 뒤 나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이끌림에 사로잡혀 면접 끝나고 난 뒤에도 아쉬움에 면접장 앞을 서성이며 대표님을 기다리기 까지 했다. 몇 달간 지독하게 무기력했던 나의 눈을 반짝이게 한 그 순간, 진심은 항상 통하는 것인지 감사하게도 나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주 업무]

나의 주 업무는 1. 번역 의뢰 응대 및 문서번역 2. 일일경제뉴스 및 뉴스레터 등 고객사에 발송하는 정보지 작성 3. 이민수속 업무 보조 등이었다.

먼저 번역 업무의 범위는 가족관계증명서, 혼인관계증명서 등 이민수속에 필요한 이미 만들어진 포맷이 있는 문서부터 각종 계약서 등 건에 따라 내용이 다른 문서까지 난이도가 다양했다. 번역문의 전화와 이메일을 맡아서 관리하였고 번역 요율이 정해지지 않은 문서 문의의 경우 대표님에게 신속하게 전달하여 빠른 처리를 도왔다. 처음에는 계약서 등의 번역 건을 맡게 되면 막막했지만 회사 내부에서 공유하는 스페인어 법률용어집을 범위를 나눠 외우는 등 노력하여 점차 작업 시간을 줄일 수 있었다.

 

일일경제뉴스 및 뉴스레터 서비스도 기존의 스페인어 기사 및 자료를 번역하는 일이 주를 이루었다. 매일 주요 경제신문 기사 2~3꼭지를 가독성 있게 요약하여야 하는 일일경제뉴스, 매달 2번 법률, 회계 최신정보를 자세히 전달하는 뉴스레터 작성 업무를 통해 멕시코 정세와 경제, 법제도 부문에 대한 지식을 많이 쌓을 수 있었다. 내가 초벌번역한 뉴스레터가 멕시코를 대표하는 한인 신문에 연재되었을 때는 말로 설명하지 못할 뿌듯함을 느꼈다.



근무 초기인 8~9월에 이른바 신 NAFTA 협정인 USMCA(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 합의가 멕시코 경제의 큰 이슈였다. 아직 제대로 된 한국어 기사가 없는 상황이라 인턴이지만 야근까지 불사하면서 USMCA 협정 원문, 영어, 스페인어 기사 등을 참고하여 원고 초안을 작성했지만 부족함이 많았다. 대표님이 워낙 바쁘셔서 그 날 안에 뉴스레터를 보내지 못하겠구나 생각했는데 다음날 출근하여 새벽 3시에 뉴스레터가 발송된 것을 보고 전문가로서 가져야 하는 고객사에 신속하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야 한다는 책임감과 사명감을 크게 느낄 수 있었다.

다른 주 업무 중 하나는 이민 업무를 담당하는 다니엘이라는 직원을 보조하는 것이었는데, 주로 고객사의 직원들의 취업비자 수속 대행과정에서 간단한 통역을 돕는 것이었다. 특히 이 업무를 통해서 고객사 직원과 그 가족들을 직접 많이 만났고 고객들을 대하는 서비스 마인드를 배양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는 세계 그 어느 나라보다 행정 수속을 간편하고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는 나라이기 때문에 고객 분들께서 멕시코의 느린 행정 처리를 이해하지 못하고 불만을 가진 경우가 다소 있었다. 다니엘은 우리 사무소에서 오래 일하면서 그런 한국인들의 특성을 잘 파악하는 편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테일을 놓치는 부분이 있었다. 멕시코 이민당국의 느린 행정은 내가 변화시킬 수 없는 부분이지만 대신 늘 약속 시간보다 10분 일찍 가고, 사전에 구비 서류를 반드시 안내드리고, 사무실에서 출발하면서 미리 도착 예정시간을 말씀드리는 등 한국인들 사이에서 사소해보이지만 중요한 에티켓을 대신 확실히 지키려고 노력했다.


주 업무 외에도 단기적으로 투입된 프로젝트성 업무도 몇 차례 있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우리나라 주요 은행 중 하나인 W은행의 멕시코 법인 설립 예비인가 레포트에 들어갈 자료를 초벌 번역 및 정리하여 항목에 맞게 분류하는 일이었다. 사실 인턴이 하기에는 버거운 일이어서 실력의 한계도 많이 느끼고 좌절했던 작업이었다. 그러나 외계어(?) 같은 재무제표와 손익계산서들을 근 한 달 동안 접하면서 지금은 내가 전혀 잘 알지 못해 기계적인 업무를 할 수 밖에 없지만, 이런 자료를 해석할 수 있고 더 나아가 생산해낼 수 있는 전문가가 될 것이라고 결심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사무실에서 습득한 멕시코 문화]

한인회사이지만 멕시칸 직원 비율이 더 높은 우리 회사에서 멕시코 문화를 몸소 체험하며 배울 수 있었다.

엄숙하지 않고 유쾌하고 즐겁게 죽은 자를 기리는 멕시코 고유의 명절인 망자의 날(Dia de muertos)을 맞아, 망자들에게 바치는 일종의 제사상인 오프렌다(ofrenda, 제단)을 사무실에 직접 꾸밀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또한 연말에 포사다(posada)라고 부르는 송년회 문화가 있는데, 멕시코에서는 회사 규모와 형편에 따라 모두 다르지만 호텔 라운지를 대관하여 드레스, 정장 등을 잘 차려입고 우아하게 기념하는 등 직장 송년회를 크게 가진다고 한다. 우리 사무실은 애초부터 직원이 10명 내외라 큰 송년회를 개최할 수 없었지만 크리스마스-연말 연휴가 시작되기 전 날 반일 근무만 하고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에서 마니또 선물교환, 선물 뽑기 등 소소한 이벤트가 동반된 식사시간을 가졌다. 사실 이번 포사다 장소 예약은 인턴인 내가 담당했는데 다들 진심으로 만족해줘서 뿌듯했다!


그런가 하면 매년 16일에 있는 가톨릭 기념일인 동방박사의 날에는 Rosca de Reyes라고 불리는 빵을 다 같이 먹는 전통이 있다. 빵 안에 요정 모형 같은 게 들어 있는데 먹다가 자기 빵에서 그게 나오면 멕시코에서는 22일에 따말이라는 멕시코 음식을 쏴야한다고 한다. 우리 사무실에서도 함께 빵 커팅식을 하며 벌칙자를 가렸는데, 그 중 한명이 다름 아닌 내가 되었다. 하지만 22일은 이미 내 근무기간이 끝나 멀리 여행을 가있을 때라서 정말 쏘고 싶었지만어쩔 수 없이 대접하지 못해서 너무 아쉬웠다..!^^

 

[사무실 밖에서]


일과 개인적인 삶의 균형을 일컫는 신조어인 워라밸’(Work&Life Balance), 우리 회사의 워라밸은 상당히 좋은 편이어서 근무 외적으로도 자기계발과 여가 시간을 많이 가질 수 있었다. 회사 근무시간이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여서 퇴근 후에도 아직 하루가 많이 남아있었다. 나는 멕시코에 가기 전부터 꾸준한 체력관리와 스페인어 공인 시험 준비, 멕시코 국내여행을 목표로 삼았는데 모두 이룬 것 같아 뿌듯하다.


우선 관심 있었지만 한국에서는 비싼 수강료 때문에 망설여지던 필라테스, 몸치 탈출과 중남미 문화의 이해 두 가지 토끼를 잡기 위한 살사를 저렴한 가격에 배울 수 있었다. 또한 서울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교통이 혼잡한 멕시코시티에서 대체 수단으로 자전거 이용을 시민들에게 많이 권장하고 있다. 아무 곳에서나 자전거를 타고 아무 곳에서나 주차할 수 있는 공유 자전거 제도가 활발하여 월 한화 5,000원도 안 되는 돈으로 월 정액권을 끊어 출퇴근 시, 혹은 주말에 가벼운 운동으로 자전거를 많이 탔다.


스페인어 공인시험 DELE의 경우 2016년 스페인으로 교환학생을 갔을 당시 B2 레벨을 합격했는데 멕시코 인턴 생활 중 C1 레벨 시험에 도전하겠다는 목표를 가졌다. 사실 C1면 난이도가 꽤 높아져서 인턴 근무하면서 준비를 병행할 수 있을지 걱정했는데 기우에 불과했다. 오히려 C1 시험 지문에서 법률 계약서 등 전문적인 용어가 많이 사용되기 때문에 근무 중에 자연스럽게 익히는 고급 스페인어 어휘가 시험 준비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개인적으로 공부할 시간도 충분하였고, 멕시칸 동료들이 많이 도와줘서 준비는 잘 했지만 시험 날짜를 착각하는 어이없는 실수로 시험 응시는 하지 못했다. 시험 쳤으면 무조건 합격했을 텐데..! 이번 기회에 공부한 것이 자양분이 되어 다음 시험에는 좀 더 수월히 합격하리라 생각한다.

주말에는 정말 멕시코시티에 있던 적이 많이 없었을 만큼 주말에 근교 여행도 많이 다녔다. 사무실 동료이자 나의 멕시칸 베스트프렌드인 아나가 늘 함께 해주어서 고마운 마음이 크다. 하지만 아나도 나 덕분에 지난 6개월 간 평생 다닌 것보다 더 많이 멕시코를 다닌 것 같다며 고마워했으니 진정한 윈-(?) 아닌가!

  

               



 

[맺음말]


한상 인턴 프로그램을 통해 6개월 간 멕시코에 다녀오면서 마음을 새롭게 다잡고, 또 새로운 꿈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그동안은 진로를 막연히 스페인어를 쓸 수 있고 스페인, 중남미권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그리고 중남미와 한국의 bridge 역할을 할 수 있는 직업으로 키워드를 단순하게 잡고 생각했다. 그 결과 졸업이 가까워지도록 외무영사직, 사기업 해외영업 직무, 한국어 선생님 등 이것저것 중구난방으로 생각만 지나치게 하고 실제로 결심을 하고 이룬 것이 없어 조바심이 나고 많이 우울한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6개월 동안 멕시코에서 현직자들을 만나고 함께 일하면서 나는 중남미 투자, 진출 및 법인 운영 컨설팅 전문가라는 큰 목표를 분명히 세웠고, 그 첫걸음으로 한 전문자격증을 준비해보고자 한다. 왜냐하면 6개월 동안 중남미와 한국의 bridge 역할을 자처하기에 언어능력만으로는 부족하고, 나의 전문분야를 개발했을 때 비로소 그동안 갈고 닦은 나의 스페인어가 빛을 볼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영어는 물론이고 그에 더해 스페인어에 능통한 회계세무전문가는 우리 기업의 중남미 진출이 활발해지는 지금 반드시 필요한 인재이고 앞으로 더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만의 좁은 시야에 갇혀 있던 나는 이번 인턴 경험을 계기로 회사명 그대로 열린 세상’(라틴어로 mundus apertus)을 보았다. 또한 부장님, 마리오, 아나, 다니엘, 마이크 등 정말 좋은 사람들과 함께 내 첫 사회생활을 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 내게 열린 세상을 선물해주신 재외동포재단, 그리고 엄기웅 대표님, 졸업을 채근하지 않고 방황할 시간을 더 허락해주신 부모님께 정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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