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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기구 인턴] IRENA 인턴 체험기

등록일
2019-09-24 00:07:56
조회수
1595

지구청년 프로그램 체험 수기

이름

고지혜

연령대

20대 중반

지원 당시 연령대를 기재(초중후반으로 기재)

참여 프로그램

에너지기구 인턴(IRENA)

활동 기간

2018.32019.3

활동 지역

아랍에미레이트 아부다비

지원 경로

외교부 홈페이지 공고 (친구 소개)

 

", 여기 지원해 보지 않을래?"

외교부에서 파견하는 국제 에너지기구 인턴에 지원해 보라는 친구의 말이었다. 이 말을 듣는 순간, 내게 처음 떠오른 대답은 "아마 안 될 거야!"였다. 나는 한 학기만 더 학교를 다니면 졸업을 할 수 있었고, 그 이후에는 같은 과의 대학원에 진학하여 성실한 대학원생이 될 생각이었다. 지금 이 시기에 외국에 나가서 일을 하고 온다는 것은 공연히 계획만 늦출 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뭔가 이번이 아니면 안될 것 같은 기분이 강하게 들었다. 정말로 이번 기회가 아니라면, 내가 국제기구에서 일하게 되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밑져야 본전 아닌가? 떨어지면 나는 그냥 계획대로 하면 되는 거고, 만약 된다면 그것 하늘의 뜻일 것이다. 그렇게 나는 무작정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에 지원을 했다.

  아부다비의 첫 풍경

사실 인턴십 프로그램에 지원하기 전 나는 이 기구에 대해서 들어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면접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조사를 하면서, IRENA가 매력적이고 가능성이 많은 신생 기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마침 정말 다행히도 나는 최종 파견 인원에 선발되었고, 긴 기다림을 거쳐 아랍에미리트로 출국할 수 있었다. 가기 전에 이 나라에 대한 정보가 많이 부족해서 어떻게 해야 될지 걱정이 많이 앞섰다. 그리고 실제로 가보니, 아부다비는 정말로 새로운 곳이었다. 눈이 닿는 곳마다 전통 의상을 입고 있는 아랍 사람들이나 낯설게 생긴 외국인들뿐이었다. 뿐만 아니라, 나 같은 동양적인 얼굴은 그들에게도 굉장히 낯선 것이어서, 가는 곳마다 따가운 시선이 박혀 무섭고 당황스러웠다. 게다가 하지 말아야 될 것들은 왜 이리도 많은지, 한국인들의 소울 푸드인 돼지고기조차도 특별한 상점이 아니면 구입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을 잊게 해 줄 정도로 아부다비는 아름다웠다. 사막의 모래에 선 고층 빌딩들과 그와 맞닿은 해변은 노을에 반짝거렸다. 왠지 나는 이 곳을 좋아하게 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친구와의 디저트 사파리 체험

그 다음날, 나는 IRENA에 처음으로 발을 들이게 되었다. 그곳은 도시 중심지에서 30분정도 떨어져 있는 곳으로 말 그대로 사막 한 가운데에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무실 내부는 말끔했다. 처음 사람들과 인사하고, 내가 할 업무에 대한 소개를 받았다. 지구과학부에서 졸업한 연고로 나는 IRENA에서도 가장 작은 부서인 국제지열연맹(GGA, Global Geothermal Alliance)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 이 부서는 지열에너지의 국제적인 확장을 돕는 여러 가지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곳이었고, 나는 그 여러 프로젝트를 위한 문헌 조사를 하거나 자료를 만드는 역할을 맡았다. 이 과정에서, 나는 세계 여러 나라에서 지열을 최대한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시장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특히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중국 정부에서 미세먼지에 대한 대응 방안으로 지열 냉난방을 촉진하는 노력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나는 졸업 논문에서 중국발 미세먼지에 대해 다뤘을 정도로 미세먼지에 관심이 많았는데, 재생에너지가 단순히 에너지원뿐만 아니라 다른 환경 문제에 대한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 굉장히 흥미로웠다.


IRENA에서의 첫 몇 달 동안은 영어로 회의하고 영어로 발표한다는 것이 익숙지 않아 많이 헤매기도 했다. 그렇지만 업무에 대한 높은 만족도는 나에게 성실함과 열정을 가져다주었으며, 자연스레 나는 빠르게 일을 배워 나갔다. 그런 나를 좋게 본 매니저가 어느 날 나를 불렀다. 그는 갑자기 나에게 새로운 부서에서 일을 해보고 싶냐고 물었다. 그렇게 나는 SIDS, 즉 국소도서국을 다루는 부서에서도 일을 하게 되었다. 우리가 휴양지로만 알고 있었던 피지, 몰디브, 바누아투 등의 조그만 나라에 재생에너지를 공급하기 위한 프로젝트였다. 여기서 일을 하게 된 것은 두 가지 의미에서 나에게 큰 축복이었다. 하나는 내가 한 일의 결과물이 공식 홈페이지 및 IRENA 정기 발간지에 올랐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재생에너지가 국제적으로 얼마나 큰 지지와 경제적 원조를 받고 있는지에 대해 깨달음을 얻은 것이다.

IRENA에서 나는 생초짜 인턴이 아닌, 한 사람의 직원으로서 존중받았다. 그만큼 나는 많은 일을 맡았고, 내가 한 몫에 대해 온전히 인정받는 과정에서 나는 큰 보람을 느꼈다. 약속된 6개월이 되어 한국으로 돌아갈 날이 머지않았을 때, 나는 아주 큰 결정을 내렸다. 오랫동안 계획해 왔던 한국에서의 대학원 진학을 포기하고 에너지 분야에서 커리어를 쌓고자 결심한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인턴십을 6개월 더 연장했다. 사실, 지금 생각해 보면 이렇게 진로를 바꾼 일이 아주 잘 한 일이었다. 인턴십을 연장하고 나는 더 많은 경험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인데, 그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IRENA에서 열리는 어셈블리, 즉 총회에 참석한 것이다. IRENA가 주관하는 연례행사인 총회에서는 천 명이 넘는 정부 고위 관계자들 및 다양한 사람들이 참석하여 재생에너지의 현안을 논의하고 앞으로 기구가 나아갈 방향을 설정한다. 총회에서 나는 정말 많은 사람을 만났으며 수평적인 시각에서 재생에너지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정말 많은 사람이 환경과 지속 가능성이라는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사실 총회에 참석한 것만으로도 내가 생각지 못했던 수확인데, 정말 행운으로 GGA 주관 컨퍼런스가 마침 그때 열렸기에 행사운영팀의 역할을 할 수 있었다. 그때 나는 지열 분야에서 일하는 유명한 사람들을 만나고 명함도 받았다. 나는 가끔 그때 받았던 수많은 명함들을 꺼내보며, "이렇게 대단한 사람들과 나는 한 배를 탄 거구나." 라고 생각하며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고는 한다.

  주아랍에미레이트한국대사관분들과의 만남

 총회에서 투발루장관이 마이크를 잡았던 것이 기억난다. 사실 투발루는 내가 옛날에 환경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가라앉는 섬" 이라는 주제로 다루었던 적이 있는 나라이다. 그는 정말 열정적으로 목에 핏대를 세워 가며, 지금 우리 모두가 재생에너지를 최대한으로 활용해서 기후변화를 늦추지 않는다면 투발루라는 나라는 머지않아 지도상에서 사라질 것이라고 했다. 모두가 익히 알고 있는 내용이고, 나 또한 이미 많은 기사에서 숱하게 읽어왔던 내용이었는데, 나는 아직도 그때 숙연해지던 장내를 잊지 못한다. 기후변화는 그들에게는 생존 그 자체의 문제임을 다시 한 번 통렬히 실감할 수 있었던 자리였다. 그리고 기후변화 문제를 근본부터 해결할 수 있는 것, 그것은 바로 에너지의 전환이다.

총회에서 마이크를 잡은 (전) IRENA 국장

나는 이후 영국에서 에너지 모델링에 대해 배우는 석사 과정에 진학할 예정이다. 이렇게 나의 진로를 바꾸게 된 것은 IRENA에서의 경험이 아니었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 곳에서 만났던 모든 사람들과 이 경험을 할 수 있게 만들어 준 외교부에 정말 감사하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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