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본 - 내인생의 Golden Days

등록일
2017-05-22 02:11:05
조회수
1893

내 인생의 Golden Days

양다운

 

(전체 수기 내용은 붙임 파일을 참고해주세요.)

 
나는 변하기를 원했다

나는 겁쟁이였다. 자유롭게 자신의 삶을 개척해나가는 사람들이 너무나 부러웠지만, 바깥세상으로 나가는 것이 두려워 알을 깨고 나가지 못하고 그 안에서 떨고 있는 겁쟁이였다. ‘나는 이런 사람이다.’라고 다른 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었지만, 사실은 나 자신이 누구인지조차 잘 몰랐다.


2012년, 나는 처음으로 작지만 새로운 도전을 했다. 일본어 공부를 시작한 것이다. 누군가는 그게 무슨 도전이냐고 비웃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변화를 위한 나의 첫걸음이었고 나의 인생을 바꾼 소중한 도전이었다. 의미 없이 지루하게 이어지던 학교생활.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 건지, 난 무엇을 할 때 가장 행복한지 조차 모르던 그때, 나는 일본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생각해보면 학창시절 내가 하고 싶던 것은 외국어였다. 매일같이 아침부터 밤까지 학교에서 보내던 고등학교 시절, 학교가 일찍 끝나는 토요일이면 친구와 함께 외국인이 운영하던 식료품점에 가곤했다. 가게 주인과 더듬거리는 영어로 대화를 나눌 때면, 내가 문제집에서만 보던 영어가 비로소 ‘언어’가 되어 그와 나 사이를 이어주는 느낌이 너무나 신기했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고등학생이던 나는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 건지 몰랐고, 어른들이 정해준 길을 따라 경제학부에 진학했다. 그렇게 대학진학이라는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공통된 목표를 이룬 나는 다음 목표를 찾지 못하고 꿈을 꾸는 것조차 이젠 늦어버렸다는 변명 아래 점점 빛을 잃어갔던 것이다.


그러나 자유에 대한, 꿈에 대한 갈망은 어느 순간부터 내 안에서 점점 자라나기 시작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제2의 사춘기였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현실에서 도망치고만 싶던 때, 나의 돌파구는 새로운 공부였고 그게 바로 일본어였다. 그리고 나는 1년 만에 일본어 능력 시험 1급이라는 목표를 이루어냈다. 하지만 내 갈증은 채워지지 않았다.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가고 싶었던 것이다. 그 후 처음으로 떠난 일본 여행에서 우리와 비슷해 보이면서도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일본인들을 만났고, 한 가지 삶의 방식만을 보고 살아온 나에게 그들의 삶은 매우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들과 함께 지내며 학교라는 틀을 벗어나 내 삶을 처음부터 끝까지 스스로 디자인할 수 있다면, 나도 ‘진짜 나’를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나는 그길로 일본 워킹홀리데이를 결심했다.


(중략)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

가게에서 주방의 일을 돕던 중, 무라타상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무라타상은 두 아이의 엄마였는데 자신의 가게를 여는 것을 목표로 열심히 일하고 있는 사람이었다. 일본 생활이 끝나고 한국에 돌아가면 무엇을 할 것이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나는, '평범한 대학생으로 돌아가서 공부하고 과제하고, 취업 준비 하는 거죠. 정말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라고 대답했었다. 그때 무라타상은 이렇게 대꾸했다.


“진짜 좋은 인생이잖아!”


그 한마디는 내 가슴에 깊이 박혔다. 난 남들과 똑같이 평범한 대학생으로 사는 것이 싫어서 그런 나를 바꾸기 위해 일본에 왔다. 그런데 한국에서의 내 인생이, 진짜 좋은 인생이라니? 그날 이후 나는 한국에서의 내 삶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었고, '의미 없고 지루한 인생'이라 낙인찍었던 그 시간들을 처음부터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일본에서의 경험 이후 이보다 더 힘든 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장소가 무슨 상관인가. 매일이 넘어야할 산이고 나에겐 새로운 과제들이 주어졌다. 그리고 이 모든 시간을 보내고 나서야 나는 첫 출발점으로 돌아가서, 일본행을 결심하게 한 '내 인생에 대한 회의감'들을 지우기 시작했다. 당연한 것이기에 그 소중함을 몰랐던 '대학생'이라는 신분이 얼마나 소중한 것이었는지, 학교라는 울타리가 나를 가둔 것이 아니라 남들과 비슷한 삶을 살고자하는 마음이 날 가둔 것이었다는 것을 먼 길을 돌아 드디어 깨닫게 된 것이다.


지금의 나는 여전히 자아를 찾는 여행을 계속 하고 있다. 일본에 가기 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뚜렷한 목적지 하나를 가지게 됐다는 점이다. 일본 워킹 홀리데이를 떠나지 않았더라면, 그 곳에서 감사하는 마음을 느끼지 못했더라면, 삶의 방향을 결정하는 것은 나 자신이라는 것을 깨닫지 못했더라면 지금의 나는 없을 것이다. 예전의 나처럼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두려워하는 이들에게 말하고 싶다. 충분히 생각했다면, 지금 당장 행동으로 옮기라고!

 

새해를 맞아 가게 대청소 후, 다함께 점심 

                   (새해를 맞아 가게 대청소 후, 다함께 점심)

 

귀국하는 날, 공항까지 마중나와준 같이 일하던 친구들과 함께 

          (귀국하는 날, 공항까지 마중나와준 같이 일하던 친구들과 함께)


첨부파일
일본 수기.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