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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 지역기구 인턴 파견 - 미주기구(OAS)

등록일
2017-05-19 21:12:56
조회수
2766

김소원

김소원
고려대학교 서어서문학과
2016. 9 – 2017. 2 파견


1. 들어가는 말

아마 거의 모든 사람들이 한 번 쯤은 국제기구라는 꿈을 꿔 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저 역시도 어릴 때부터 막연하게나마 언젠가는 국제기구에서 일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지만, 감히 도전할 수조차 없게 만드는 “국제기구”라는 단어가 가진 그 위용 때문에 쉽게 다가가지 못했습니다. 그 꿈을 꿈으로만 남겨두지 않고, 실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준 외교부에 가장 먼저 감사하다는 말을 드리고 싶습니다.

외교부의 중남미 국제기구 인턴 파견 프로그램은 일반 인턴 프로그램과 달리 특혜가 어마어마합니다. OAS의 일반 인턴 프로그램은 3개월인데 반해, 저희에게는 6개월이라는 시간이 주어집니다. 더군다나 워싱턴 디씨처럼 물가가 비싼 데 반해 무급 인턴이 당연시되는 곳에서는 개인의 역량으로 인턴 기회를 잡는다고 해도 사실 현실적인 걱정이 앞서게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경제적인 걱정 없이 인턴 생활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되는 지원금 또한 큰 도움이 되죠. 이 프로그램이 아니라면 누리지 못했을 것입니다.

인턴 생활을 한 6개월 동안 정말 많이 성장했습니다. 많이 부족했던 스페인어부터 시작해서 정말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지식을 얻었습니다. 누군가가 스페인어를 어디서 배웠냐고 물어보면 OAS라고 대답했을 정도로 개인적으로 스페인어 실력이 눈에 띄게 향상되었고, 이를 가능하게 만들었던 것은 바로 아메리카 각국에서 온 친구들 덕분이었습니다. 그 친구들과 하루 종일 같이 생활하며 라틴아메리카의 문화도 몸소 체득할 수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저는 한국어로도 조차 일을 해 본적이 없었기 때문에 OAS는 제 생애 첫 직장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곳에서 정말 기본적인 워드, 엑셀 등 문서 작성에서부터 이메일 작성, 자료조사, 회사 생활 등 대학에서는 배울 수 없었던 실무들을 배울 수 있어 정말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2. 기구 소개

OEA masderechos para mas gente 

OAS는 아메리카 대륙에 있는 모든 35개국 나라들이 가입한 유일한 아메리카 나라들의 국제기구입니다. (한국은 OAS의 회원국이 아닌 60개의 상입 옵서버 국가 중 하나에 해당합니다.) 미국과 캐나다를 제외한 중남미 국가들의 연합은 지역별로 정말 많지만 이 두 나라까지 모두 가입한 아메리카 대륙의 국제기구는 OAS가 유일합니다.

미주기구는 아메리카 지역에서 가장 포괄적이고 대표적인 정치협력체로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미주기구는 아메리카 대륙 내의 분쟁을 줄이고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민주제도, 정치 등과 관련된 사업들을 많이 시행했습니다. 그러나 미주 기구 예산의 절반 이상을 미국이 부담하는 구조적 한계로 인해 재정 문제가 대두되는 상황에서 미주기구의 정당성까지 위협받으면서 미주기구의 존폐여부에 관한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중략)


3. 인턴 업무 소개

제가 일을 했던 곳은 Secretaría Ejecutiva para el Desarrollo Integral, 줄여서 SEDI라 불리는 통합개발국 중에서도 Desarrollo Humano, Educación y Empleo라 불리는 인적개발, 교육, 노동 부서였습니다. 상사는 콜롬비아 출신의 노동 분야 전문가 María Claudia Camacho였습니다.

제 부서에서는 제가 세 번째 한국인 인턴이었는데, 제 상사는 한국인 전임 인턴들에게서 너무나 좋은 인상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항상 시간을 잘 지켜서 출근하고, 제출 기한을 잘 지켜서 제출하는 등 정말 기본적인 것들에서 한국 인턴들에게 많은 감명을 받았다고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때문에 저는 이런 한국에 대한 이미지를 깨지 않기 위해서도 인턴 생활을 하는 동안 더 기본적인 것들을 지키려고 노력했던 것 같습니다.

저희 부서는 아메리카 대륙 전체의 교육부와 노동부를 담당하는 부서였습니다. 라틴아메리카와 카리브 해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 중의 하나가 바로 nini들 입니다. nini들은 ni trabajan, ni estudian (일하지도 않고 공부하지도 않는) 이라는 문장에서 따와 어린 나이에 일도 하지 않지만 공부도 하지 않는, 즉 어린 나이에 사회에 참여하지 못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아이들을 의미합니다. 라틴아메리카와 카리브 해 국가들의 nini들의 비율이 정말 높은데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교육부와 노동부를 합쳐 질 좋은 교육이 고용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저희 부서가 다루는 방대한 양의 업무에 비해 팀 인원은 매우 적은 상황이었습니다. 교육부 담당 consultadora 한 명, 노동부 담당 consultadora 한 명, 그리고 제 상사 이렇게 세 명이 한 팀을 이루고 있었기 때문에 다른 인턴들과 달리 저희 팀은 인턴도 일반 직원들처럼 많이 일해야 했습니다. 또한, 제 상사의 업무 분담 스타일이 직원, 인턴 구분할 것 없이 한 사람에게 한 테마를 맡겨 자신이 맡은 일은 자신이 끝까지 책임지게 하는 식이었습니다. 때문에 저는 처음에 인턴이니까 대충해도 되겠지, 좀 못해도 되겠지 라는 생각으로 가볍게 시작했다가 이것이 정말 안일한 생각이었다는 것을 느끼고는 제가 맡은 모든 일을 끝까지 책임감을 가지고 했었습니다. 저는 주로 노동부 관련 담당 일을 맡았었는데, 교육부에서 세미나나 워크샵이 있을 때에는 가끔씩 그 쪽 일을 도와주기도 했었습니다.

(중략)

 

4. 현지 생활 소개


4. 1. 주거


우선 가장 어려우면서도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하는 것이 바로 주거 문제입니다. 교통이나 치안 걱정이 없는 서울과 달리 디씨는 교통도, 또 지역에 따라서는 치안까지도 고려를 해야 하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집의 위치에 따라 디씨의 생활이 결정된다고 감히 말 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저의 경우에는 정말 운이 좋았던 경우입니다. 제 전임 인턴 분이 학교 선배였고, 그 선배와 같이 살았던 룸메가 저희 회사 주변으로 이사를 가면서 새로운 룸메를 구하는 과정에서 전임 인턴 선배가 저를 연결해 주었습니다. 덕분에 저는 집을 구하는 노력을 하나도 들이지 않고도 회사에서 단 20분 거리에 살 수 있었는데요. 저는 특별히 운이 좋았던 케이스라 사실 집을 구하는 과정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지만 여러 친구들의 집들을 다녀보며 얻은 정보들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중략)


4. 2. 교통


4. 2. 1. 메트로


가장 일반적으로 메트로를 많이 이용합니다. 가고자 하는 곳까지 대부분 연결되어 있지만 문제는 배차 간격이 너무 길고, 지하철의 상태가 청결하지 않습니다. 제가 있었던 마지막 달에는 아예 블루 라인 자체가 공사로 닫아버리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처럼 디씨의 지하철은 항상 공사 아니면 지연 등 문제가 많은데요. 이런 지하철을 2-3불이나 되는 돈을 내고 타야합니다.
저는 회사까지 걸어다녔기 때문에 사실 주말이나 평일 중 놀러갈 때에만 이용했었는데, 그럴 때 마저 불편하게 느껴졌습니다. 지하철로 통근을 할 생각이라면, 정말 잘 생각해 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4. 2. 2. 버스


6개월을 생활했지만 사실 아직 잘 모르겠는 게 바로 버스 시스템입니다. 디씨에서 버지니아나 매릴랜드로 가는 통근 버스는 사실 문제가 없습니다. 시간도 정확히는 아니지만 적당히 맞춰서 오고, 특히 통근시간에는 배차간격이 그렇게 길지도 않습니다.
문제는 시내버스입니다. 디씨의 시내 버스는 일반 버스와 dc내를 순환하는 circulator 버스로 나뉩니다. 이러한 시내 버스들은 모두 시간을 안 지키기 때문에 구글 맵이나 교통 앱이 필요가 없습니다. 버스를 타려다 20분 넘게 기다린 적이 엄청 많습니다. 출퇴근 시간에는 비교적 규칙적인데, 출퇴근 시간이 아닌 밤이나 주말에 어디를 가려고 하면 버스는 추천하지 않습니다.
 

4. 2. 3. 우버(Uber) 혹은 리프트(Lyft)


디씨에서 살면서 가장 많이 이용했던 교통 수단이 바로 우버와 리프트였습니다. 한국에는 도입되지 않은 카풀 시스템인데, 여러 사람이 함께 사용하는 택시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디씨 안에서는 보통 5달러 미만이며 알링턴에서 디씨 사이도 보통 10달러 정도면 왔다갔다 할 수 있습니다.
두 앱 모두 처음 가입할 때 누군가의 추천을 받아 그 링크를 통해 들어가면 프로모션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우버의 경우 15달러 할인을 받을 수 있고 리프트는 5달러짜리 할인 쿠폰 10개를 받을 수 있습니다. 큰 할인을 받을 수 있으므로 꼭 활용하시기 바랍니다.

4. 2. 4. 택시


디씨에서 택시를 딱 한번 타봤습니다. 우버와 비슷한 가격일 줄 알고 탔는데, 우버 요금으로 3달러면 오는 거리를 10불 넘게 내고 탔습니다. 요금에 10퍼센트 정도의 팁까지 따로 줘야하는 구조입니다. 웬만하면 정말 급한 상황이 아닌 이상 택시는 타지 않는 걸 추천합니다.

4. 3. 음식


OAS의 대부분의 직원들이 도시락을 싸서 다닙니다. 회사 주변에 식당이 많이 없고, 가격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보통 점심을 싸와서 지하나 각 층, 혹은 날씨가 좋으면 다같이 야외에서 먹습니다.


4. 3. 1. 현지 음식


회사 주변에는 정말 식당이 많이 없습니다. 있는 식당들도 대부분 직장인들이 많이 가는 곳이라 가격이 엄청 비쌉니다. 그 중에서도 제가 자주 갔던 식당들은 서브웨이, 치포틀레 등 패스트푸드 음식점들입니다.
회사 안 TL에서는 매일 남미 아주머니들이 오셔서 직접 요리하신 음식을 파십니다. 보통 Sopa나 Enchilada를 주로 파시는데요. 현금으로만 내야하고 가격이 보통 10불정도 나옵니다. 하지만 이 곳에서 음식을 사먹지 않고도 도시락을 싸 와서 자리에 앉아 먹을 수 있기 때문에 대부분 자리만 빌려 도시락을 먹었습니다.
회사 바로 뒤에 UNCOMMON CAFE라는 곳이 있는데, 한국분께서 운영하시는 델리입니다. 김밥,볶음밥, 볶음우동, 양념치킨 등 한국음식이 많이 있어 정말 자주 갔던 식당입니다. 무게 당 돈을 내는 방식인데, 보통 6-7달러 정도 나옵니다.

 

점심시간 회사 TL에서 인턴 친구들과
 

 (점심시간 회사 TL에서 인턴 친구들과)


인턴들끼리 가장 자주 가는 곳은 Cruz Roja 지하 식당입니다. 회사에서 5분 정도의 거리에 위치해 있는데 식당이 커서 인턴들 중에 생일이 있거나 특별한 이벤트를 하는 날이면 항상 이 곳에서 밥을 먹습니다. 이 곳의 뷔페는 그냥 그런데, 한국 분이 하시는 스시와 우동 코너가 있습니다. 스시를 10불 내외로 먹을 수 있고, 우동이나 베트남 쌀국수도 6-7불이면 먹을 수 있습니다.

4. 3. 2. 한국 음식


디씨와 버지니아, 그리고 매릴랜드에는 한국인이 정말 많습니다. 그래서 한국 음식 재료를 구하는 것도 어렵지 않은데요. 문제는 한인 마트가 좀 멀리 있다는 점, 그리고 차없이 가기에는 어렵다는 점 때문에 저도 딱 한번 가보고는 안 가봤습니다. 한번 갔을 때 돌아오는 지하철을 40분을 기다려야 했었습니다.
대신 Trader Joe’s에서 고기용 고기를 팔고 해물파전, 볶음밥 등 냉동식품을 팔기 때문에 주로 이런 음식들을 요리해서 먹었습니다. Wholefoods에는 삼겹살용 고기도 팔아요.
가장 가까운 한국 음식점은 Arlington에 있는 치킨집 Bonchon입니다. 이미 현지인들 사이에서도 유명해 저도 현지인 친구와 두어번 갔습니다. 치킨이 생각날 때면 친구들을 모아서 우버 타고 가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소위 한인타운이라 불리는 곳은 버지니아의 Annandale입니다. 하지만 이곳까지 가는 방법은 승용차로 가거나 혹은 메트로를 타고 east falls church역에 내려 우버를 타는 수밖에 없습니다. 한인 식당이 대부분 가격이 결코 싸지 않기 때문에 자주는 못 갔지만, 정말 먹고 싶은 음식이 있다면 한번쯤 가보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4. 4. 문화생활


4. 4. 1. Happy Hour


디씨는 Happy Hour의 도시라고 할 정도로 매 요일마다 해피아워를 진행하는 바들이 많습니다. 월요일엔 Bottom Line, 목요일엔 Front Page, 금요일엔 Centro DF 등 요일마다 해피아워가 끊이지 않기 때문에 이를 잘 활용한다면 싼 가격으로 배도 채우고, 일을 하면서는 만나지 못했던 인턴 동기들과 친해질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목요일의 Front Page는 OAS 내에서뿐만 아니라 DC 전체에서 유명한 해피 아워 바이기 때문에 BID, World Bank 등 주변 국제 기구 인턴들도 많이 모입니다. 잘만 활용하면 또 다른 network의 장이 될 수도 있습니다.

4. 4. 2. 스포츠


미국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스포츠입니다. 야구, 농구 등을 비롯해 럭비, 아이스하키 등 많은 분야의 스포츠에서 세계 최고의 리그를 가지고 있는 곳이 바로 미국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있던 해에는 야구에서 워싱턴 내셔널스가 동부 리그 1위를 차지했었고, 농구에서도 동부리그 상위권을 차지하는 등 6개월 내내 스포츠 관련 일들만 해도 흥미로웠습니다.

4. 4. 3. 미국 공휴일


 제가 있었던 9월 – 2월 시즌에는 미국의 공휴일이 정말 많았습니다. 때문에 공휴일을 이용해 여행도 많이 다녀올 수 있었는데요. 가장 미국 문화가 많이 돋보였던 Thanksgiving Day와 Christmas 시즌이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온 가족이 함께 모이는 문화가 우리 나라의 추석이나 설을 연상시켰고, 우리나라에선 느낄 수 없었던 온 거리의 크리스마스 분위기도 굉장히 인상 깊었습니다. 특히 연말에는 저희 부서 전체가 2주간의 긴 휴가를 얻어서 저는 꿈에 그리던 뉴욕에서 크리스마스와 새해를 보낼 수 있었고, 캐나다까지 여행을 다녀올 수 있었습니다. 또한 제가 있던 시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고, 취임식까지 디씨에서 열려 전 세계적으로 가장 뜨거웠던 이슈를 정말 가까이서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되었는데요. 대통령 선거 바로 다음 날 백악관 바로 앞에서 당선 반대 시위를 지켜볼 수 있었고, 취임식 전날까지도 이러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어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인상 깊은 기간 중 하나였습니다.

Thanksgiving Day에 가족들의 점심식사에 초대해 준 회사 동료들

 (Thanksgiving Day에 가족들의 점심식사에 초대해 준 회사 동료들)


5. 나오는 말

OAS에서 보낸 6개월의 시간은 되돌아봐도 아직도 꿈만 같습니다. 티비에서만 보던 IMF, World Bank 등의 건물들을 출근길에 매일 매일 지나다녔고, 세계 정치의 중심이라 불리는 백악관 앞 공원에서 햇볕을 쬐며 점심을 먹기도 했었습니다. 다시 생각하고 또 생각해봐도 정말 말도 안 되는 이 일들을 가능하게 만들어주신 외교부에 다시 한 번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OAS에 들어가기 전, 이전의 경험보고서들을 읽어보며 OAS가 저에게 너무나 과분한 곳인 것 같아 겁을 먹기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이 글을 읽는 분들 모두에게 스페인어권 국가에서 살다 오지 않아도, 대학 와서 처음 스페인어를 배웠어도, 그렇다고 영어를 그렇게 잘 하지 않아도 OAS에서 일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미주기구에 지원하시는 분들께는 희망을 드리고 싶고, 미주기구에서의 삶을 준비하시는 분들께는 큰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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