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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랑카

등록일
2017-05-22 21:20:16
조회수
1551

글로벌 문화꿈나무 - 스리랑카

여향수

스리랑카에서 만난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내 이름을 물어보는 것처럼 아주 자연스럽게 어떤 종교를 믿느냐는 질문을 꼭 받게 된다. 그리고 종교가 없다는 내 대답에 그들은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왜?”냐고 묻는다. 전 국민의 70%에 달하는 인구가 불교도인 대표적인 남방불교의 나라에서 종교란 그들의 생활이자 삶으로까지 느껴진다.

2013년 처음 스리랑카에 도착했을 때의 느낌이 바로 그것이었다. 공항에서 나오자마자 폐 속 깊이 느껴지던 습기와 함께 희미하게 느껴지던 향냄새는 가는 길목 곳곳에 세워져있던 불상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2016년, 올해로 4번째 찾은 스리랑카는 보다 반듯하게 정비된 거리 위에 여전히 남아있는 불상들이 있었다. 해마다 늘어나는 고층 빌딩과 승용차들, 그리고 뒤집히고 갈고 닦이는 길 위에서도 살아남아있는 길거리의 불상들은 전통과 문화, 그리고 종교에 대한 가치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이 모습이 바로 내가 올해 만난 스리랑카의 친구들이었다. 더 이상 탱화를 그리고 프레스코를 베끼던 것에 머물지 않는 그들의 작업은 보다 개인적인, 그리고 사회적인 방면으로 확실히 시야가 넓어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교 앞에서 그들이 가진 틀은 확고했고, 여전히 단단했다. 이것은 함께 공동 작업을 진행하는 가운데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차이로 확연히 드러나 보였다.

그러던 와중에 진행된 필드트립은 스리랑카의 종교를 기반으로 한 문화에 대한 이해를 도와주었다. 지역과 시대에 따라 그 모습과 구조의 변화를 보여주는 불상들과 그것을 중심으로 발전한 다양한 양식들은 기원전부터 이어져온 스리랑카 사람들의 생활이자 삶이었다. 그 짧은 기간으로 오랜 세월동안 누적되어온 역사와 문화를 모두 이해하고 배울 수는 없었지만, 이를 바탕으로 공동 작업을 원활하고 보다 확고한 주제를 잡아가며 진행하는 것에 매우 큰 도움이 되었다.  

벌써 네 번째, 이 프로그램의 진행을 위해 스리랑카까지 찾아가는 우리를 그들은 이제 기꺼이 반기며 맞이한다. 우리 팀의 버스가 학교에 도착하기 전에 먼저 와서 작업을 진행하고, 끝나는 시간의 기준이 없어질 정도로 오랫동안 남아서 우리와 함께 하며 어느새 한국어를 하나, 둘 씩 말하는 친구들이 너무 고맙다.  

적도에 가까운 스리랑카가 올 여름 우리나라보다 훨씬 견딜 수 있을 만큼 더웠다. 아마도 한국에 계속 있었다면 잘 몰랐을 것이다. 이제는 누적된 경험으로 익숙할 거라 예상했던 지난 2주간의 시간들을 막상 다시 겪으니 늘 예상치 못한 어려움이 있고, 싫거나 힘든 것도 분명히 있다. 그러나 그 모든 부정적인 것들을 모두 제치고 가장 크게 자리 잡는 ‘함께’했다는 것이 좋은 기억만을 남겨준다. 그로인해 지난 2주가 다시 또 그리워지는 것. 이 마음은 절대 나 혼자에게만 남는 것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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