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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Job& - 해외봉사단편(2)] 소셜벤처 '키자미테이블' 엄소희 대표 인터뷰

등록일
2019-10-08 19:55:11
조회수
1814

외교부에서는 외교부와 산하기관의 청년 해외진출지원 사업, '지구청년'을 통해 해외 활동을 성공적으로 펼치고 있는 선배들의 경험담을 공유하고 이를 통해 해외 진출에 관심을 갖고 있는 보다 많은 청년들에게 도움이 될수 있도록 '지구청년' 기사 시리즈를 마련하였습니다.


각각의 기사는 아래와 같이 지구청년 홈페이지 및 네이버 JOB&을 통해 순차적으로 게재될 예정입니다.



1편 : KOICA 해외봉사단 유경험자

2편 : 국제기구 진출 지원 사업 유경험자

3편 : 해외인턴십 지원 사업 유경험자


그 첫편으로 KOICA 해외봉사단 유경험자, 박준우 정책관, 엄소희 대표의 경험을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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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KOICA 해외봉사단으로 활동했던 엄소희 현 소셜벤처 키자미테이블 대표의 인터뷰입니다.


엄소희 대표의 동영상 인터뷰는 KOICA 해외봉사단 유튜브 채널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바로 가기 https://www.youtube.com/watch?v=Z-vQXAxiPY4



 

엄소희 키자미테이블 대표 인터뷰*

*동 인터뷰는 외교부 서포터스 14기로 활동한 권혜정 서포터가 서면인터뷰로 진행

 

엄소희 대표님 안녕하세요, 저는 외교부 서포터스 14기로 활동하고 있는 권혜정이라고 합니다.


본 기사는 외교부와 외교부 산하기관이 지원하는 청년 해외진출지원 사업을 홍보하는 외교부의 지구청년 사업에 대해 알리고 그 일환인 KOICA 봉사단에 대해 소개하며 궁극적으로는, 이를 통해 해외 진출과 개발 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는 우리 청년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기획되었습니다


소개 :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코이카 해외봉사단 85기로 카메룬에서 활동을 했던 엄소희입니다. 봉사단 활동 전후로 비영리단체와 소셜벤처에서 일을 했었어요. 홍보와 마케팅을 주로 했었고, 국제개발 분야의 일을 해왔습니다. 현재는 창업을 해서 키자미테이블이라는 소셜벤처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질문 1. 현재 어떤 일을 하고 계신가요? (키자미 테이블이 어떤 곳인지, 어떠한 일을 하는지, 어떠한 사업 목표를 가지고 운영되는 곳인지 등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J)

키자미테이블은 아프리카 청년들의 사회적, 경제적 자립을 위해 아프리카 음식을 바탕으로 건강한 음식과 즐거운 일자리, 공동체를 위한 공간을 제공하는 소셜벤처입니다.



전세계의 음식이 외식업 시장을 통해 소개되고 문화 공유의 매개가 되는 시대인데, 아프리카 음식은 외식업 시장에서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어요. 놀라운 것은 아프리카 대륙 안에서도 아프리카 음식이 외면 받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여행자를 비롯해서 아프리카의 나라를 방문하는 많은 사람들이 체험의 차원에서 아프리카 전통 음식을 먹어보고 싶어하는데 제대로 된 아프리카 음식점을 찾기가 쉽지 않아요. 외식업 시장의 대부분은 유럽 음식을 비롯한 다른 나라 음식들이 차지하고 있고, 아프리카 현지식을 접할 수 있는 음식점은 규모나 위생, 서비스 면에서 뒤떨어져 있습니다. 키자미테이블은 아프리카 음식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이것을 대중들에게 전하는 역할을 하고자 합니다. 외국인뿐 아니라 현지인들에게도 아프리카 음식이 가진 잠재력과 문화적인 힘을 소개하고 싶어요.


현지 시장조사를 거쳐서 20189월에 르완다의 수도 키갈리를 첫 매장을 열었습니다. 현재 15명의 르완다 청년들이 함께 일하고 있어요. 점심에는 합리적인 가격으로 다양한 아프리카 음식을 경험할 수 있는 뷔페식으로, 저녁에는 아프리카 대륙의 각 지역 대표 음식을 선정하여 제공하고 있습니다.



질문 2. KOICA 봉사단을 마친 분들이 이후 매우 다양한 분야로 진출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봉사단 활동 이후 특별히 창업을 결심하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KOICA 봉사단에서의 경험과 연관 지어서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카메룬에 있을 때 주변의 청년들과 가깝게 지냈어요. 저는 지역개발 분야 단원이었는데, 지역 주민센터에서 각 마을 리더분들이나 농부 아저씨, 아줌마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듣고 센터의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것이 제 업무였어요. 그런데 그 지역의 말로 소통이 잘 되지도 않고, 제가 짧은 시간 있으면서 이 분들에게 필요한 것을 잘 찾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그 지역 청년들의 힘을 빌려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마침 카메룬에서 손꼽히는 명문 대학교가 그 지역에 있었는데, 무작정 그 학교 학생들에게 지역을 위한 활동을 함께 해보지 않겠냐고 제안을 했어요. 개발학, 젠더, 법학, 사회학 정말 다양한 학생들이 모였고, 이 친구들을 자원활동가 그룹으로 조직해서 함께 지역 프로그램을 만들고 운영하게 되었습니다.

이들 덕분에 지역의 주민들도 만족하고, 우리(저와 대학생들)도 보람 있는 활동을 할 수가 있었습니다. 제가 활동을 마칠 즈음 대부분의 학생들도 졸업을 하게 되었는데요, 정말 똑똑하고 활동적인 이 학생들이 단 한 명도 취업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서 큰 충격을 받았어요. 물론 한국 청년들이 겪는 실업 문제도 심각하지만, 카메룬 청년들이 겪는 실업난은 그 폭과 깊이가 완전히 다르더라고요.



활동을 마치고 한국에 들어와 있을 때도, 그 고민을 놓기 어려웠어요. 이 청년들이 단기 자금을 받거나 단기 활동을 하는데 그치지 않고 안정적인 직장을 갖고 자립하기 위해서는 좋은 일자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한국에는 청년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많으니 그것을 잘 적용해서 인큐베이팅 기관을 만들어야겠다는 아이디어를 가지고, 본격적으로 창업 교육을 신청해서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마침 그 교육에서 저와 비슷한 경험(코이카 봉사단)을 가진 분을 만나게 되었고, 함께 사업 모델을 구상하는 과정에서 키자미테이블이 탄생하게 되었어요.


저와 함께 일하는 유현정 대표님은 르완다에서 3년 동안 요리 분야 단원으로 활동을 하셨었는데 훈련을 마친 학생들이 취업을 하지 못하는 것을 보고 창업을 결심하셨다고 해요. 직접 음식점을 열 생각으로 창업 교육에 들어왔는데, 제가 구상했던 인큐베이팅 모델과 접목해서 소셜 프랜차이즈 모델로 완성하게 되었습니다.


질문 4. 어떻게 해서 KOICA 봉사단 활동을 하게 되셨나요? (봉사 활동을 결심하게 된 계기, 모집 공고를 어떠한 경로로 알게 되었는지, KOICA 봉사단을 선택한 이유 등)

저는 공정무역 단체에서 홍보 담당자로 일을 했었는데요, 국제개발 쪽과 접점이 큰 분야여서 자연스럽게 국제개발 분야를 알게 되었어요. 활동가로 일을 하면서 국제개발 분야에 대한 매력을 크게 느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국내에서 공부하고 경험할 수 있는 것에 한계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현지에 가서 직접 경험도 쌓고 이 분야에 대한 진로도 확실하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일을 그만두고 봉사단원으로 지원했어요.


처음에는 봉사단이 이렇게 다양하고 분야가 많은 줄 몰랐어요. 우연 반, 행운 반으로 케냐에서 NGO봉사단원으로 1년 동안 활동을 했어요. NGO봉사단원으로 있으면서 코이카 봉사단에 대해 알게 되었고, 좀더 분야 전문성을 쌓고 싶어서 지역개발 분야로 지원해서 카메룬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질문 5. 대표님께서 담당하셨던 KOICA 봉사단의 업무 분야는 무엇이며, 그 구체적인 활동 내용에는 어떤 것들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활동 하셨던 국가에 대해서도 말씀 부탁드립니다!(예를 들어, 일반 봉사단 / 교육 분야 / 구제적인 활동 내용들 / 활동 국가 등)

저는 2013년부터 2015년까지 2년 동안, 카메룬의 부에야라는 지역에서 지역개발 분야 단원으로 활동을 했습니다. 2번 질문에서도 조금 답변을 드리긴 했는데요, 부에야 지역의 주민교육활동센터라는 기관에서 활동을 했어요. 기관에서 하는 일이, 지역 내 주민들의 활동을 지원하고, 적절한 교육을 기획하여 제공하는 것이었습니다. 파견 초기 당시에는 센터에 학업중단 여성들이 직업훈련을 받고 있어서 이 훈련생들을 지원하는 일을 했어요. 훈련생들은 센터에서 기숙하면서 훈련을 받는데, 훈련비가 저렴한데도 그 훈련비가 없어서 중도 포기하는 여성들이 많았어요. 이들이 끝까지 훈련을 받을 수 있는 방안이 없을까 훈련생들과 논의를 했고, 센터 내의 유휴 부지를 활용해서 텃밭을 가꾸는 일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부에야는 기후가 좋아서 3개월이면 잎채소를 수확할 수 있어요. 학생들과 함께 텃밭을 가꾸고, 이것을 수확하여 돈을 손에 쥐었을 때의 뿌듯함과 기쁨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이 금액은 전부 학생들에게 장학금으로 전달되었고, 대부분의 학생이 원하는 기간동안 훈련과 인턴십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또다른 일은 센터가 담당하는 지역의 농업 생산자들을 지원하는 일이었습니다. 센터에서는 때때로 정부에서 지원받은 종자를 보급하거나, 정부 파견자들을 통한 교육을 진행하고 있었는데요, 저는 각각의 생산자 그룹에게 필요한 교육이나 활동이 다를 것이라고 생각해서 초반 1년 정도는 반복적으로 지역 조사를 다녔어요. 이 과정에서 혼자 활동을 기획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해서 지역 대학생 자원활동가 그룹을 조직했던 거고요.


주민들이 필요한 지원을 받을 수 있게 제가 선택한 방식은 프로젝트 공모전이었어요. 코이카 봉사단원들은 직접 프로젝트를 기획해서 진행할 수 있는데요, 제가 제안서를 써서 농민분들을 지원해드릴 수도 있지만 이 분들이 스스로 지원서를 써본다면 나중에 다른 프로젝트에도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프로젝트 기획, 실행, 평가하는 모든 과정을 공모전에 담았어요. 저는 자원활동가 그룹에게 인터뷰와 프로젝트 기획에 대한 내용을 교육하면서 자원활동가가 해야 할 일들에 대한 가이드를 제공했고, 농부 그룹과 대학생 자원활동가를 매칭해서 자원활동가들이 농부 그룹을 대변하여 제안서를 작성할 수 있도록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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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안서 서류와 제안 내용 발표에 대해 저를 비롯해 현지인 센터장님, 코이카 코디네이터님, 현지에서 활동하는 국제개발 NGO사무장님이 평가를 했어요. 선정된 상위 5개 그룹에는 소정의 프로젝트 지원금이 수여되었고, 선정 그룹과는 프로젝트 모니터링과 결과보고까지 진행했습니다. ‘개발 프로젝트의 경험이 저 개인 뿐 아니라 지역 주민들에게 공유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진행했는데, 그만큼 힘들었지만 큰 보람이 있었습니다.


질문 6. 봉사단 활동을 하면서 가장 힘들거나 어렵다고 느끼신 점은 무엇이었나요?

아무리 마음의 준비를 하고 각오를 해도 어려운 것이 사람 사이의 관계인 것 같아요. 특히나 한국과 카메룬 간의 문화차이가 크다 보니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점들이 있었고, 저도 사소한 행동까지 신경 써야할 것이 많았어요. 예를 들어, 카메룬 사람들은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 말도 잘 걸고 대화하기를 즐기는 편이에요. 처음에는 제가 외국인이고 어려 보여서 접근하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했고, 초면에 너무 개인적인 질문을 많이 해서 당황스럽기도 했어요. ‘나에 대한 신상을 캐서 나쁜 일에 이용하려는 거 아니야?’하는 무서운 상상을 하기도 했어요. 처음에는 경계를 많이 했는데, 시간이 지나며 보니 저에게만 그런 것이 아니라 현지인들 사이에서도 그러더라고요. 만난 사람과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걸고 대화를 나누는 문화가 있는 것이었어요. 공동체 안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공유하는 문화가 강한 거죠. 내가 너무 한국적인 맥락에 젖어 있었구나, 나는 아직 개인의 경계가 강한 사람이구나, 하는 자아성찰의 계기가 되었어요.


질문 7. 반면 봉사단 활동의 좋은 점은 무엇이라고 느끼셨나요?(예를 들어, 어떤 점이 보람되고 의미가 있다고 느끼셨는지국내 교육 등 파견 준비 단계에서의 지원/현지적응교육과 코디네이터의 복무관리 지원/주거비, 생활비, 활동물품비에 관한 지원/국내정착지원금/취업 지원, WFK 장학금 지원 등 사후 관리 등 실질적으로 받을 수 있었던 유용한 지원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제 경우에는 봉사단을 통해 그 전에 생각하지 못했던 분야와 가능성을 발견하고, 그것을 진로로 살렸기 때문에 현장 경험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봉사단이 아니었으면 내가 아프리카 대륙을 경험할 수 있었을까, 이렇게 현지 주민들과 함께 부딪쳐가면서 생활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외국 생활에 대한 관심이든, 개발 분야 경험에 대한 필요성이든, 한 번 쯤 외국 체류 경험을 생각해봤던 분이라면, 코이카 봉사단은 더할 나위 없는 기회가 됩니다. 코이카에서 사전에 심사와 조율 통해 선정한 기관에 파견을 하고, 기관 내에 업무 적응을 위한 협력직원(coworker)을 배정해주기 때문에 비교적 순조롭게 현지에서 적응하고 활동을 시작할 수 있어요. 만약의 상황에 대비한 보험 적용과, 현장에서 시도해보고 싶은 활동을 시도해볼 수 있는 프로젝트 지원까지, 여러 면에서 현장 활동을 안전하고 알차게 보낼 수 있는 지원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제 경우에는 봉사단원 활동 기간 중에 개인 프로젝트도 했고, 다른 단원들과 협력 프로젝트도 했어요. 이렇게 하고 싶은 것을 다 하고 나니 더더욱 국제개발협력 분야에 대한 애정이 깊어졌던 것 같아요. 추천하고 싶은 또다른 지원은 장학금 프로그램이에요. 저는 학사 때 신문방송을 공부했는데, 현장 경험을 좀 하고 나니 학문적으로 이 분야를 공부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시간이나 자금적인 부분에서 고민이 되었는데, 장학금 프로그램 덕에 부담을 한결 덜 수 있었습니다.


질문 8. KOICA 봉사 활동을 하며 겪은 인상 깊었던 일, 경험, 에피소드를 들려주세요…!(예를 들어, 생각의 변화를 불러왔던 일,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된 경험, 진로 설정에 영향을 주었던 에피소드 등)

대학생 자원활동가 그룹을 운영하면서 즐거운 경험을 많이 할 수 있었어요. 정말 제 동생 같고, 후배 같았거든요. 이중에 Yannick이라는 친구가 있었어요. 저는 여가 생활로 테니스를 쳤는데 대학교 테니스 코트에서 테니스를 배웠거든요. 거기에서 함께 테니스를 치던 친구였어요. 자원활동가를 모집할 때 그 친구에게도 얘기했더니 관심을 보여서 함께 하게 됐어요. 함께 활동을 하다가 4~5개월쯤 지났을 때 그 친구가 제게 고백 아닌 고백을 하더라고요.


'사실 난 매우 게으른 사람이야. 공부도 그다지 열심히 하지 않아. 법학을 공부하지만 막상 뭘 할지 계획이 있는 것도 아니야. 그냥 해야 하는 걸 겨우겨우 하면서 지금껏 지냈어. 내가 뭘 열심히 한다고, 내 미래가 달라지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거든. 하지만 지금은 달라. 널 만나고 이 활동을 하면서, 난 많이 달라졌어. 그 전에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이 사회에서 내가 무엇을 해야 할 지 잘 몰랐던 거야. 이런 기회를 만들어줘서 고마워.' (, 다른 종류의 고백일 줄 알았다고요? 저도 처음엔 이 친구가 너무 진지해서 그런 착각을;;;)


이렇게 이야기하는 Yannick을 보며 제가 더 큰 감명을 받았어요. 이후에 어떻게든 이 프로그램을 잘 마무리해서 참여한 학생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자원활동가 그룹에 속했던 13명 중 졸업하자마자 취업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요. 하지만 아무도 멈춰있지 않았습니다. 일부는 학업을 이어가기로 결정했고, 프로젝트를 통해 만난 농부 그룹과 함께 지역 사회 일을 시작한 경우도 있었어요. 스스로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한 NGO를 만든 사람도 있습니다. Yannick은 국제개발에 관심이 생겼다며 좀더 준비를 하더니 UNDP에서 인턴십을 했어요. 지금은 폴란드에서 지역개발 석사과정을 밟고 있습니다.


청년들에게 필요한 것은 기회라는 것을 제가 강하게 느끼게 되었던 계기가 되었어요. 지금은 그 연장선에서 키자미테이블을 통해 청년들을 만나고 있고요. 저는 제가 한국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많은 것을 누리고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할 수 있는 만큼은, 아프리카의 청년들에게도 기회를 열어주는 일을 계속해서 하고 싶어요.

 

질문 9. 봉사단 프로그램을 통해 개발된 역량이 있다면 무엇이며, 현재 업무를 하며 연계 혹은 도움이 된다고 느끼신 부분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현지 문화를 이해하고 그들과 소통하는 방법을 조금이나마 깨달을 수 있었던 것. 이것은 현장 경험이 아니면 절대 알 수 없었을 거에요. 아프리카 르완다에서 생활하며 사업을 하는 제게는 정말 필수적인 부분이죠. 사업 초기에 이런저런 어려움을 겪기 마련인데 비교적 안정적으로 시작할 수 있었던 이유는 봉사단 경험을 통해 현지 상황을 이해하고 있었던 덕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지 활동이나 사업을 진로로 생각하는 경우가 아니더라도 '사람과 사회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힌다'는 점은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전혀 다른 사회에서, 전혀 접점이 없었던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생활을 하다 보면 사고방식 자체가 달라지거든요. 한국 사회의 기준이 내 인생에서 절대적일 이유가 없고 내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가 무조건 옳은 것은 아니라는 걸 알게 되죠. 나 자신의 기준을 찾고 나의 정체성에 맞게 내 삶을 바라볼 수 있게 된다는 점은 모두에게 필요한 역량 개발이 아닐까 싶어요.




 

질문 11. 긴 인터뷰 응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본 기사를 통해 해외 진출개발 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는 청년들, 특히 현재 봉사단 활동을 지원할 지 말 지를 고민하고 있는 청년이 있다면 그들에게도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괜찮으시다면 KOICA 봉사단에 대해 떠오르는 두 가지 정도의 키워드를 제시하고 그 이유에 대한 내용도 함께 들려주세요! 예를 들어, 성취/보람 이와 같은 활동이 장래의 진로와 어떤 방식으로 연계될 수 있을지에 대한 대표님의 생각도 말씀해주실 수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저는 주변 분들에게 해외봉사를 많이 추천하는데요, 그렇다고 아무나 가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에요. 황금같은 시간을 1, 2년 투자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에 잘 따져보고 선택하시면 좋겠어요. 코이카 봉사단은 미국이나 일본 봉사단에 비해서 활동 지원이나 복지가 더 잘되어 있어요. 그만큼 책임감을 가지고 활동하실 수 있는 분들이 선택하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개발 분야나 해외 진출에 관심이 있다면 해외봉사는 더할 나위 없는 좋은 기회가 됩니다. 현장을, 주민을 이보다 더 가까이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없거든요. 주민 중심의 개발이나 현장을 이해하는 활동가, 사업가가 되고 싶다면 꼭 한 번 도전하셨으면 합니다. 궁금한 점이 있는 분들은 제게 개인적으로 메일 주셔도 됩니다. 기꺼이 이야기 나누고 싶어요!



상기와 같이 첫 인터뷰를 마치고, 아래 추가 질문을 드렸습니다.


추가 질문 1. ‘키자미 테이블이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많은 분들이 키자미가 어떤 뜻인지 궁금해하실 것 같은데요, ‘키자미라는 단어의 뜻은 무엇이며 키자미 테이블이라는 이름에 어떠한 의미가 내포되어 있는 것인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키자미kijamii’는 동아프리카에서 널리 쓰이는 스와힐리어로 사회적인 social’이라는 뜻입니다. 직역하자면 사회적인 밥상이라는 의미이고요, 음식을 중심으로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회를 연결하는 자리를 만들어보자는 마음을 담아 이름을 지었습니다.


​추가질문 2. 대표님께서 스스로 봉사활동 지역(아프리카의 카메룬)을 선택하신 건가요? 만약 그렇다면 여러 지역 중 특별히 선택하신 이유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동아프리카의 케냐에서 NGO봉사단으로 1년을 있었어요. 맨 처음 봉사활동을 시작할 때는기왕 하는 활동인데 가장 먼 곳에서 경험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아프리카 대륙은 실제 거리도 멀지만 심리적인 거리도 상당하잖아요. 그래서 어느 나라이든 아프리카 대륙으로 가야겠다는 생각을 먼저 했었어요. 그리고 제가 처음 봉사를 나갔던 2012년은 새천년개발계획(MDGs)의 목표 달성에 대한 전망이 나오던 시기였는데, 아프리카가 다른 지역에 비해 성과가 미미한 이유가 궁금하기도 했어요.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케냐에서 1년을 지냈는데, 1년 생활을 가지고 그 지역을 안다고 하기에는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좀더 시간을 두고 경험을 쌓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그래서 코이카 단원을 다시 지원했어요. 일단 아프리카에서 시작했으니 아프리카를 살펴보자는 생각이었고요, 유사한 지역에서 지내기 보다는 다른 지역으로 옮겨 가서 비슷한 점과 다른 점을 살펴보자는 생각을 서아프리카를 지원하게 되었어요. 딱 카메룬이라는 나라를 골랐다기 보다는 이런 저런 기준에 맞는 국가가 카메룬이어서 가게 되었다고 말씀드리는 것이 맞을 것 같습니다.


추가질문 3. 혹시 문화적 차이 이외에 언어적인 어려움이나 생활에 있어서 다소 불편하고 힘들었던 점이 있다면 무엇이었는지, 이러한 부분들을 어떻게 극복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예를 들어 언어적인 부분에 있어서도 협력직원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거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등)

카메룬은 영어와 불어를 공용어로 쓰고 있어요. 제가 파견된 부에야라는 지역은 영어권이었고, 다행히 사람들과 소통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어요. 하지만 제가 주로 만나서 소통을 하는 지역의 주민들은 영어에 능통하지 않은 경우가 종종 있었어요. 마을별로 각각 부족어도 달랐고, 변형된 현지식 영어인 피진 영어를 쓰는 경우도 많아서요. 이 때는 함께 일하는 기관의 동료(coworker)나 청년 자원활동가들의 힘을 빌려 소통하곤 했어요. 지역 주민들을 모아 교육을 할 때도, 주요 언어는 영어를 쓰지만 옆에 부족어로 통역할 수 있는 사람을 두고 실시간 통역을 해서 모든 주민들이 교육을 이해할 수 있도록 준비하곤 했어요. 



추가질문 4. 말씀해주신 장학금이 WFK 장학금*이 맞나요? 위와 같이 이후 장학금에 대한 지원이 축소 혹은 불가할 수 있어, 실제로 받으실 수 있었던 다른 지원에 대한 말씀을 들을 수 있을까요? (예를 들어, 협력 직원 배정 이외에도 국내 혹은 현지에서 진행된 교육이나 건강검진’, ‘주거비, 생활비, 활동물품비’, ‘국내정착지원금’ 등)

* 2019년에는 예산 사정으로 장학생 미선발

코이카 봉사단원은 파견이 결정된 순간부터 활동을 마치고 귀국할 때까지 다양한 지원을 받는데요, 여러가지 지원 중에서도 건강검진에 대한 지원이 소중하고 또 감사했어요. 나가기 전에 건강점진을 통해 나의 건강 상태를 살피고 타지 생활을 위한 여러가지 준비를 할 수 있었고, 활동 중에도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하면서 나의 상태를 계속 살필 수 있었어요. 귀국 후에도 한 번 더 건강검진을 하는데, 항상 다양한 검진을 종합적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오히려 제 몸에 대해 더 잘 이해하고 관리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어요.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말을 매우 신뢰하는데요, 내 몸을 살피고 관리하면서 활동도 안정적으로 잘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추가 질문 5. 사회적 인프라의 부족으로 생활의 편리성이 떨어진다거나 위험할 수 있다거나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 같은데요실제 그곳의 삶이 어떠한지(먹는 것부터, 생활하는 것, 그리고 사람들과 더불어 사는 것 등)라는 측면에서 아프리카에서의 삶에 대한 말씀을 들을 수 있을까요 

아프리카라고 묶어서 말씀드리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 같아요. 아프리카 대륙에 53개의 국가가 있고, 같은 국가라고 해도 도시의 생활과 지방의 생활은 다른 점이 많거든요. 카메룬, 그 중에서도 부에야라는 지역에 한정해서 말씀드리면, 한국과 비교해 물자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에요. 편의점이 있는 것도 아니고 온라인 쇼핑이 되는 것도 아니었으니까요. 한국과 똑같은 일상 생활을 누릴 수는 없어요. 하지만 그만큼 당연한 것은 없다는 것을 되새기는 기회가 되었어요. 정전이 되거나 단수가 되었을 때, 원하는 물건을 찾을 수 없다거나 서비스가 없었을 때, 그럴 때마다 한국에서 내가 누리는 것들이 얼마나 발달된 사회의 것이었는지, 얼마나 감사한 것이었는지를 깨달을 수 있었어요.


손빨래를 하고, 빗자루와 걸레를 사용해서 청소를 하고, 단촐한 식재료로 밥을 차려 먹으면서 사람이 누려야할기본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런 경험에서 개인적인 생존력(어디 가서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자신감!)도 높아지고 개발협력에 대한 생각도 많이 정리가 되었어요.


지금도 아프리카 땅에 있지만, 르완다의 키갈리는 카메룬의 부에야에 비해 매우 살기 쾌적한 곳이에요. 정전이나 단수도 아주 간혹 발생하는 정도고, 생필품을 비롯한 편의시설도 충분해요. (물론 한국과 비교하자면 이 곳도 부족하게 느낄 수는 있을 거예요.) 그래서 아프리카는 이렇습니다라고 말할 수는 없는 문제라고 생각해요. 아프리카에 대한 인식이나 편견 때문에 주저하는 분이 계신다면 제가 드리고 싶은 말은 새로운 사람과 새로운 사회를 만날 준비가 되어 있다면, 그것으로 준비는 충분하다는 것이에요. 각각의 사람이 모두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듯, 각 사회는 고유한 문화와 시스템을 가지고 있어요. 그것을 한국과 비교하면서 낫네, 못하네하는 순간 내 인식의 틀에 갇혀버리는 것 같아요. 이 분야에 발을 들이려는 생각을 가지고 계신다면, 그 틀을 먼저 넘어설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그 이후에는 모든 것이 더 쉬워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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