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KOICA 유엔봉사단 - UNICEF Pacific

등록일
2017-05-22 21:21:37
조회수
2260

사람을 향한 커뮤니케이션에 대해 묻고 답하기

이자영
UNICEF Pacific, 홍보부서(Communication)
UN University Volunteer
2016.02.22.-2016.08.20


UN University Program, 2015년의 마지막 도전이 되다

학부생으로서의 마지막 학기를 보내던 중, 한국국제협력단(KOICA)에서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UN Volunteer를 뽑는다는 공고문을 보았다. 국가와 기관별 리스트에서 평소에 관심을 가지던 프로젝트와 더불어 유니세프 남태평양 사무소가 눈에 들어왔다. 기술과 혁신 분야 업무와 유니세프라는 조합에 너무나 흥분되고 가슴이 떨렸지만 그것도 잠시, 스스로의 적합성에 대한 의구심이 들었다.

그 동안 비정부기구, 공공정책연구원, 비영리기구 등에서 일을 했었고, ‘사람의 삶을 더 낫게 하는 것’에 대한 경험과 고민을 꾸준히 해온 것은 사실이었다. 그 고민 속에서 효율적인 개발을 위한 기술의 발전과 혁신의 중요성을 절감한 것이었다. 그러나 유니세프는 인턴의 최소 지원요건은 석사이다. 때문에 학부생의 신분으로 유니세프에 도전을 하기에는 나 자신의 배움이 부족하지 않은지 자문(自問)했다. 결국 열망이 고민의 무게를 뒤로 밀어내기에 이르렀고, 꿈을 향해 달려가던 이들에게 도전의 조건이란 없는 것이라 스스로를 다독였다.

마음을 먹은 이후에는 남은 것은 철저한 준비뿐이었다. 그들과 나 사이의 접점을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쏟았다. 업무 설명에 적혀있던 프로젝트와 유니세프 남태평양 사무소에 대해 리서치를 하고 해당 내용을 숙지했다. 그리고 그 안에 나라는 사람을 어디에 포지셔닝할 수 있을지 진단하고, 그것을 상대방에게 이야기하는 연습을 했다. 이후 여러 과정을 거쳐 결국 유니세프 남태평양사무소 홍보 부서에서 6개월 간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합격자 명단에 있는 등록 번호가 내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 떨리는 손가락으로 핸드폰 화면을 눌렀던 그 순간은 평생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사이클론 윈스턴, 유니세프에서의 업무를 뒤엎다

피지로 출발하기 전날, 남반구 사상 최대 규모의 사이클론이 피지를 강타했다는 뉴스를 접했다.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UN 봉사단 프로그램 담당자에게 메일을 보냈지만 주말이라 답장을 받지 못했다. 대한항공은 난디까지 가는 비행기는 정상 운행이지만, 현지에서 수바로 가는 국내선으로의 환승 여부는 알 수 없다고 했다. 그렇게 피지의 상황이 어떠한지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출국을 하게 되었다.


무사히 피지의 수도인 수바에 도착해서 첫 출근한 유니세프는 말 그대로 비상사태였다. 두 달이 지나서야 부서 사람들과 환영 점심식사를 할 수 있을 정도로 다들 바빴다. 비상체제로 전환되면 홍보부서가 전선에 나서 ‘소통 창구’로서의 중책을 맡게 되기 때문에 더욱 그러했다. 피해를 입은 아이들의 상황을 파악‧포착하고 알려 사람들이 관심이 끊어지지 않도록, 또 문제를해결하는 데 충분한 재원확보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했다. 그런 상황이었기 때문에 나 또한
여적 떨리는 마음을 채 진정시키기도 일을 맡아 바로 시작하게 되었다.


(중략)


6개월의 소통, 앞으로 나아가는 움직임을 보게 하다

다사다난한 6개월의 경험을 통해, 무엇보다 예상치 못한 상황과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국제기구 내‧외부, 국내‧국제적 요인에 의해 상황은 늘 바뀌기 마련이다. 하려고 준비했던 일들이 엎어질 수도 있고, 거의 완성되었던 그 무엇이 취소될 수도 있다. 그로 인해 때로는 일이 넘칠 수도, 때로는 일이 없을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 놓였을 때, 스트레스를 다스리며 상황에 대처하는 역량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내가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던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위기를 기회로’ 보는 인식의 전환이었다. 새로운 상황에 처할 때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빠르게 구분하고, 나의 역할을 찾았다. 잘 모르는 부분은 리서치를 통해 공부했고,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질문했다. 그런데 내가 있었던 사무소의 경우 사람들이 너무 바빠서 간신히 잡은 점심 약속이나 커피 약속마저 깨지기 일쑤였다. 질문을 하는 것조차 쉽지는 않았다. 그럴 때는 이야기하려고 했던 이슈와 관련하여 읽을거리가 있는지 묻고, 그것을 받아 읽고는 했다.


그러나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기회를 결코 포기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이야기를 나누어보면 부서별로, 같은 부서 내에서도 역할별로 사람들이 ‘어린이들의 권리’를 바라보는 인식이 조금씩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다. 데이터를 관리하는 사람, 아동발달을 전공으로 한 사람, 정책 모니터링을 하는 사람 모두 각자의 시각으로 같은 이슈를 다른 각도에서 바라본다. 물론 사내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서로의 의견을 나누고, 그것을 바탕으로 방향을 통합하는 과정은 분명 존재한다. 그러나 내가 직접 다양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었을 때, 비로소 어떻게 그들의 다름이 중구난방으로 흩어지지 않고 시너지를 내는지 느낄 수 있게 된다. 결국 사람과 사람의 소통이 원활한 업무를 가능케 하는 힘인 것 같다.

물론 무엇보다 나에게 주어진 역할과 일을 잘 해내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이 때 어떤 업무를 맡더라도 가장 먼저 그 일이 ‘왜’ 필요한지 이해하고자 했다. 그 질문에 답을 하면서 거시적 관점에서 바라보았을 때, 새로운 의미를 부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유니세프 홍보부서에서 했던 일은 모두 어린이의 권리와 존엄을 지키는 움직임의 일부였다. 어린이에서 더 나아가, 그들의 부모 그리고 그들의 커뮤니티의 기본적인 권리를 지키기 위한 커뮤니케이션이었다.

업무 자체에서 배운 것도 많지만, 그것들을 엮어 유니세프가 그리는 청사진을 바라보고자 하는 시도도 유의미했다. 짧았기 때문에 더 값어치 있고 아쉬웠던 이 경험이 앞으로의 배움을 위한 원동력이 되어 줄 것이다. 


첨부파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