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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

국내언론

[기고] 상호 번영하는 100년 위한 한일관계

부서명
작성자
천영우 2차관
작성일
2010-08-23
조회수
1603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00823010330371910020

                                                                                                                                          천영우 외교통상부 제2차관

‘세닢 주고 집을 사고, 천냥 주고 이웃을 산다’는 옛말이 있을 만큼, 좋은 이웃은 그 무엇보다도 큰 가치가 있다. 다른 나라들과 좋은 이웃 관계를 맺는 것은 국익 증진이라는 외교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다. 외교를 통해 좋은 이웃을 두게 되면, 그 효과는 돈으로 모두 환산하기 어려울 만큼 크다. 좋은 이웃은 평화와 안정을 선물할 뿐만 아니라, 상호 번영의 토대를 마련해 주기 때문이다.

예로부터 대한민국은 이웃 나라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나라를 부강하게 만들기 위해 활발한 선린(善隣)외교를 펼쳐 왔다. 그래서 지리적으로 가까이에 있는 일본은 외교의 주된 대상이었다. 수천년에 걸쳐 전쟁과 평화가 되풀이돼 온 한일관계사만큼 외교의 중요성을 잘 보여주는 예도 드물 것이다. 왜구의 침입을 막고 일본과의 관계를 안정시키는 일은 역사적으로 가장 중요한 외교 목표 가운데 하나였다.

세종시대는 이러한 외교 목표가 성공적으로 달성된 시기였다. 적극적인 외교 노력을 통해 한·일 양국은 통교(通交)체계의 근간을 이루는 계해약조(癸亥約條)를 맺게 됐고, 그 결과 왜구의 침입이 멈춰 나라의 안정을 찾게 됐다.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조선 건국 이후 60년간 184회의 왜구 침입이 있었으나, 계해약조가 체결된 이듬해인 1444년 이후로는 상당 기간 왜구의 침입이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이러한 세종시대 외교가 성공을 거둔 이면에는 이예(李藝)라는 탁월한 인물의 노력과 헌신이 있었다. 일본사행 사절단의 정사(正使)였던 이예는 오늘날의 관점에서 보자면 일본에 정통한 고위직 전문 외교관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했다. 그는 1401년부터 43년간 40차례가 넘게 일본을 왕래하면서 일본과의 외교에 평생을 바쳤다. 계해약조 체결의 일등 공신이었을 뿐만 아니라, 15차례에 걸쳐 667명의 조선인 피랍자를 귀환시키는 등 남다른 사명감과 교섭 능력을 바탕으로 대일 외교 일선에서 활약했다.

뛰어난 외교관이었던 이예에 대한 세종의 신임은 각별했다. 1426년 54세의 이예를 일본에 보내면서 “모르는 사람은 보낼 수 없어 그대를 명하여 보내는 것이니 귀찮다 생각하지 말라”며 세종이 손수 갓과 신을 하사하는 모습이 실록에 기록돼 있을 정도다. 이예의 책임감 역시 남달라서 71세의 노년에 대마도에 붙잡혀 간 조선인의 귀환 협상을 위해 일본행을 자청하기도 했다.

세계 정세와 시대의 흐름을 읽는 혜안을 갖춘 군주와 전문성과 헌신적 자세를 겸비한 신하의 만남은 부강한 나라를 만드는 디딤돌이 됐다. 세종과 이예가 함께함으로써 극대화된 외교력을 통해 조선은 일본과 안정된 관계를 맺을 수 있었고, 이는 세종 시대의 국가 부흥에 큰 도움이 됐다. 또한 이때 다져진 긴밀한 한일관계는 오랜 평화의 기틀이 되기도 했다.

외교통상부는 지난해 서희에 이어 올해 두번째 ‘우리 외교를 빛낸 인물’로 이예를 선정했다. 이예가 보여준 현명하고도 헌신적인 외교를 본받아 한일관계를 미래 지향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고, 동아시아 평화의 기틀을 마련하고자 하는 뜻에서다. 한·일이 가깝고도 가까운 이웃으로서 협력해 나가는 것은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에도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다.

한·일 강제병합 100년을 맞아 지난 세기를 되돌아보면, 일본과의 관계에서 한국은 깊은 불행과 아픔을 겪어야만 했다. 앞으로는 한·일 양국이 서로에 유익한 이웃으로서 미래 지향적인 협력을 해나가기를 기대한다. 이를 통해 앞으로 다가오는 100년은 양국이 좋은 이웃으로서 상호 번영을 누리는 시기가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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