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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설문

조태열 제 41대 외교장관 취임사 (1.12.)

작성일
2024-01-12 16:23:03
조회수
6183




사랑하는 외교부 동료 여러분,

그리고 재외 공관원과 가족 여러분,


외교부를 떠난지 4년 만에 다시 돌아와

이렇게 여러분 앞에 서게 되니 감회가 새롭고

반가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


본부의 거의 모든 직원들이 지난 몇 주간

저의 국회 인사청문회와 취임 준비를 위해

야근과 주말 근무를 마다하지 않고

온몸을 던져 일해 주셨는데

이 자리를 빌려 고맙고 미안하다는 인사를 먼저 전합니다.


아울러 지난 2년간 윤석열 정부의

글로벌 중추국가 비전의 골격을 완성하고

이를 구현하기 위한 전략 수립과 대외 환경 조성은 물론


우리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한미동맹, 한일, 한미일 협력을

튼튼한 반석 위에 올려놓으신 박진 전 장관님께도   

깊은 존경과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사랑하는 동료 여러분,


지금은 국제질서가 지각변동을 겪고 있는

지정학적 대전환의 시기입니다.


미중 전략경쟁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전후 평화와 번영을 뒷받침해온

규범 기반 국제질서가 크게 흔들리면서

세계는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정글로 바뀌어 가고 있습니다.


안보와 경제, 기술이 상호 연동하는

새로운 지정학적 환경 속에서 나날이 심화하고 있는 자유주의와 권위주의 국가들 간의 상호 대립은


<경제 따로 안보 따로> 외교가

더 이상 작동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고

이로 인해 가치를 배제한 실리 추구도

구조적으로 어려운 세상이 되었습니다.


외교부 장관으로서 제가 감당해야 할 무게와

외교 현장을 지키고 있는 여러분들의 책무가

결코 가볍지 않은 이유입니다.


우리의 좌표를 어디에 두고

어디를 향해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깊이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현인은 미래가 현재인 것처럼 대비한다>는

로마 시대의 격언처럼

항상 미래를 생각하며 더 나은 길을 찾아가야 합니다.


이러한 인식하에 저는 신임 장관으로서 다음 세 가지에

초점을 맞추어 우리 외교 역량을 재정비하고자 합니다.



먼저 경제.안보 융합 외교입니다.


미중 기술 패권경쟁으로 경제와 안보의 벽이

허물어지고 있는 시대적 상황에 맞추어

경제.안보 융합외교 역량을 강화하고,


그것을 가능하게 하기 위한 업무 시스템과 조직문화를

만들어 가고자 합니다.


저는 오래전부터 직원들에게 <편식하는 외교관>이

되지 말라는 말을 자주 해왔습니다.


외교부 내 오래된 정무 중심적 사고와 업무 시스템,

정무와 경제 담당 부서 사이의 칸막이 문화는

종종 외교 현안에 대한 종합적이고 전략적인 판단을

흐리게 하는 주요인이었고


정부의 주요 대외정책 결정 과정에서

경제와 안보, 국내와 국제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을 초래하기도 하였습니다.


정무를 담당하는 직원들은 맡은 업무의 경제적 함의를,

경제를 담당하는 직원들은

그 정무적 의미를 생각해야 합니다.


장관의 의사 결정 이전에

정무.경제 부서의 협업과 토론을 통한

융복합적 정책 결정 과정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특히 최근 신설된 경제안보외교센터와 국제기술규범과는

앞으로 그 역할이 갈수록 중요해질 것인 만큼

생산하는 보고서와 수행하는 업무의 정무적 함의도

함께 고민해주시고,

외교정책 결정에 필요한 척후병이 되어 주시기 바랍니다.


직원 개개인들도 커리어 패스를 설계함에 있어서

정무와 경제의 균형 있는 안배에

신경을 쓰셨으면 합니다.


저는 장관으로서 이러한 커리어 균형이

직원들에게 인센티브가 될 수 있도록 제도화하는 방안을 기획조정실과 함께 고민해 보겠습니다.


저 스스로도 국무회의, NSC, 대외경제장관회의 등

고위급 협의체에서 경제.안보 융합적 사고가

최고 의사결정 과정에 반영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고자 합니다.



둘째, G7 플러스 시대 외교입니다.


멀지 않은 장래에

우리나라의 G7 플러스 가입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글로벌 중추국가 비전 실현에

가시적 성과를 축적해 감으로써

재임기간 중 G7 플러스 후보국 위상을

확고히 하고자 합니다.


우리나라는 이미 국제사회에서

명실공히 선진국으로 인식되고 있고

그에 걸맞은 역할과 기여를 요구받고 있습니다.


최근 국내외 언론과 학계에서

우리나라가 G7 플러스 후보국으로 자주 거론되는 것도

그러한 능력과 의지가 인정되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G7 플러스 시대를 대비하는 우리에게

금년부터 시작되는 유엔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활동은

국제 평화와 안보 분야에서 의미 있는 기여를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자 인적, 물적 자원 제공에 필요한

국론 수렴의 시험대가 될 것입니다.


장관인 저부터 우리 외교정책 하나하나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모범국들인

G7 수준에 부합하는지,

국제 안보와 평화의 수호자이자 대변인인

안보리 이사국 수준에 맞는지 점검해 나가겠습니다.


여러분들도 맡은 임무를 수행함에 있어

같은 고민을 해주시길 당부드립니다.

과감하게 혁신적인 관점에서 재검토해주시기 바랍니다.


셋째, 국민 안심, 민생 외교입니다.


북한의 핵위협으로부터 국민의 안전을 지키고

국민들이 안심하고 전 세계 어디든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게 하며


우리 청년들이 해외에서

미래의 꿈을 향해 도전할 수 있도록 돕는 것,


우리 기업들의 글로벌 시장 진출을 적극 지원하고

기후변화, 팬데믹, 공급망 교란 등의

위기를 극복하는 데 도움을 주며

변화하는 국제경제 질서에 맞추어

규범 제정을 선도하는 것,


이 모두가 국민을 위하는 일들입니다.


과거사의 아픔을 치유하고,

미래 통일비전 외교에 대한 공감대를 넓혀 가며,

우리가 가진 문화 역량에 대한

국민적 자긍심을 확산시키는 것도

모두 국민을 위하는 일들입니다.


외교는 국민을 위한 것임을 잊지 맙시다.


<외교관>이라는 단어가 주는

낡은 직업 관념에서 벗어납시다.


장관인 저부터 솔선수범하겠습니다.


11년 전 차관 취임 직후

벤처기업협회장을 찾아갔던 것처럼,

장관으로서 민생을 챙기기 위한 외교에

적극 나설 것입니다.


직원 여러분들도 자신의 업무가

어떻게 국민 안심과 민생으로 연결될 수 있을지

고민하여 주시고


그러한 고민의 결과가 외교정책으로 구현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 주시기 바랍니다.



사랑하는 동료 여러분,


한 기업의 미래가치는

직원들의 자긍심과 성취욕에 달려 있다고 합니다.


제가 실무 직원으로 근무했던 30-40년 전과는 달리

지금의 외교부는 직원들의 인적, 세대별 구성뿐만 아니라

개인들이 추구하는 가치도 다양해졌다고 듣고 있습니다.


장관으로서 이런 변화와 다양성을 존중하겠습니다.


외교관으로서의 자긍심과 성취욕을 고취하는 직장 문화가

조화롭게 조성되는데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겠습니다.


불필요한 업무는 과감하게 폐기해 주십시오.


원활한 소통과 효율적이고 생산적인 업무에

매진해 주시기 바랍니다.


함께 일하는 동료를 따뜻하게 보듬고

서로 돕는 직장 문화를 정착시키고

<자신에게는 엄격하고 타인에게는 관대>한 동료가 됩시다.


최근 젊은 직원들의 의원면직 사례가

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장관으로서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업무 성취도를 높이고 조직문화를 바꾸는데

더 큰 관심을 기울이겠습니다.


간부들을 포함한 모든 직원들이

함께 노력해 만들어가야 할 일인만큼

장관인 제가 직접 나서서

그 노력의 결과를 점검해 나갈 생각입니다.


<속빈 강정> 같은 구조의 조직과

업무 포화상태 해소를 위해

인력 증원에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중차대한 시기에 여러분들과 한 배를 타게 된 선장으로서

일터의 보람과 가정의 행복이 조화되도록

함께 지혜를 나누고 소통해 나가겠습니다.

어둡고 그늘진 곳일수록 더 살펴보겠습니다.


우리 모두 심기일전하여 나라의 미래를 위해

한 마음, 한 몸이 되어 함께 뜁시다.


감사합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