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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설문

한.일국교정상화 40주년 국제학술회의 오찬사

작성일
2005-06-03 14:45:19
조회수
3680




한.일국교정상화 40주년 국제학술회의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 오찬사




2005.6.3(금) 12:00-13:30


그랜드 힐튼호텔 (2층 Triangle Foyer)




(인사말)


존경하는 한.일관계 심포지움 참석자 여러분, 그리고 이 자리를 빛내기 위해 참석해주신 내외빈 여러분 !


한.일 국교정상화 40주년을 맞아 개최되는 국제학술회의 개막을 기념하여, 한.일 양국에서 참석하신 저명 인사들을 모시고 오찬을 함께하게 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금번 심포지움의 주제가 “한.일관계와 동북아시아의 새로운 비전을 찾아서”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동북아시아는 21세기에 걸맞는 협력과 통합에로의 방향을 모색해야 할 단계에 접어들었고, 또한 한.일관계가 견고해야 만이 동북아의 새 질서를 움직여 갈 동력이 생성되는 것이기 때문에, 대단히 時宜適切한 주제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지난 40년간의 한.일관계 회고)


오는 6.22일은 戰後 한.일관계의 틀을 마련한 한.일협정이 체결된 지 40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지난 40년을 돌이켜보면 한.일간의 관계는 우여곡절이 있었습니다만,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괄목할만한 교류와 협력을 바탕으로 깊고 넓게 발전해 왔다고 생각합니다. 

1965년 국교정상화 이후 한국과 일본은 자유진영의 파트너로서의 관계를 발전시켰습니다.


70년대~80년대에 걸친 한국의 고도 경제발전 추진 시기에 한?일관계는 경제협력을 중심으로 더욱 긴밀해졌고, 이를 통해 서로의 경제발전에 많은 기여를 하였습니다.  일본의 선진적 경제모델이 한국의 발전을 고무하는 촉진제가 되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90년대 말 이후 한.일관계는 질적 성숙을 위한 큰 전환기에 들어서게 되었습니다.  냉전의 종식, 경제발전에 이은 한국의 민주주의 성숙 등에 따라 한.일 양국은 정치.경제적 가치를 공유하게 되었고, 이를 토대로 하여 더욱 포괄적인 협력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게 된 것입니다.


특히, 1998년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총리간의 “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쉽 공동선언”은 과거사를 극복하고 21세기를 향한 새로운 차원의 한·일관계를 증진하기 위한 역사적 이정표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이러한 바탕위에서 이루어진 2003년 노무현 대통령의 일본 방문은 미래지향적 방향으로 양국관계를 발전시키면서, 평화와 번영의 동북아 시대를 함께 열어가자는 양국정상의 공통의지를 선언한 바 있습니다.

또한, 2002년 월드컵 공동개최, 한국의 對日문화 개방, 일본내 韓流 확산이 한.일 양국 국민을 더욱 가깝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도 주지하시는 바와 같습니다. 


(최근 한.일관계의 현황과 역사문제)


지난 40년간에 축적되어 온 긍정적 관계 발전에도 불구하고, 한.일관계는 금년 3월 이후 갈등과 대립이 이어지고 있어 경색된 상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특히 한.일국교정상화 40주년을 기념하여 금년을 “한.일 우정의 해”로 정함으로써, 한.일간의 선린우호를 더욱 깊게하는 도약대로 만들자는 양국 정부간의 합의가 무색해지는 현상황에 저를 포함한 우리 국민들 모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상황의 배경에 역사와 관련된 문제들이 자리잡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일본측에서는 그동안 수없이 반성하고 사과했는데 왜 한국은 그것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가 라는 불만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러나, 피해자가 가해자의 사과와 반성을 진심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데는 그것이 실천적으로 뒷받침이 되고 있지 않아 그 진실성이 훼손되는 데 원인이 있습니다. 



특히, 우리 국민들은 야스쿠니 신사참배, 역사교과서 검정, 독도관련 시마네현 조례 제정 등 최근 일련의 문제에 관한 일본의 조치나 자세가 과거 침략과 지배를 정당화하는 것으로 보고 있음을 일본은 인식해야 합니다.


결국 한일.일중간의 역사문제는 일본이 스스로 역사에 대해 올바르게 인식하고 성찰함으로써, 미래에 이러한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행동으로 실천하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믿습니다.


과거에 일본이 저지른 식민지 지배와 침략행위 자체에 대해 전후세대의 일본인들이 직접적인 책임이 있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과거에 일본인들이 저지른 잘못을 그 후손들이 올바르게 기억하고 이를 통해 교훈을 얻도록 하는 것은 지금의 일본인들이 해야 할 중요한 책무가 아니겠습니까 ?


그러나, 지금의 일본을 제 자신도 걱정스럽게 지켜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후소샤 역사교과서는 말할 것도 없고, 전쟁을 경험하지 않은 전후세대의 영향력 있는 정치인들이 바른 역사인식을 갖기는커녕, 일본의 침략 역사의 어두운 면을 지우려하고 야스쿠니 신사참배를 옹호하는 실정입니다.  이러한 현실하에서 우리국민들이 또 다시 불행한 과거의 역사가 되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하고 경계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일본의 현상은 화해와 협력의 시대 조류에 역행하는 일이자, 동북아 지역의 협력과 통합을 추구해 가는데 있어서도 근본적인 장애요인이 되고 있음을 최근 중국과 한국에서 전개된 국민들의 시위가 뚜렷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일본의 지도급 인사, 특히 일본을 이끌어 가는 정치인들이 과거사에 대한 분명한 인식과 성찰하에 그것을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입니다.  또한, 과거에 일본이 범했던, 어쩌면 기억하고 싶지 않을 아픈 역사의 진실을 분명히 교과서에 담음으로써,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역사의 교훈을 심어주는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래야 일본이 전후에 걸어 온 평화국가로서의 족적이 정당하게 평가되고, 앞으로의 일본의 진로에 대해 주변국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특히, 당면해서는 한.일정상회담을 앞두고 일본 고위관리나 책임있는 정치인들의 부적절한 발언이 이어지지 않기를 촉구합니다.


(결  어)


한.일 양국은 이제 서로에게 불가결한 ‘운명공동체’라는 것은 의문의 여지가 없습니다.  한.일관계가 더 이상 뒷걸음칠 여유도 없습니다.

동북아시아의 화해와 협력, 그리고 통합이란 시대적 요구를 양국은 외면할 수 없는 것입니다.  한국과 일본이 건설적이고 생산적인 관계를 가꾸어 가는 것은 장래 평화와 번영의 동북아시아를 이루어내는 불가결한 요건중의 하나입니다.


한.미.일간의 협력의 틀을 강화해 가고, 중국과도 협력해 나감으로써 동북아 시대의 새로운 장을 여는 데 한.일 양국이 힘을 모아가야 합니다.


아무쪼록 금번 심포지움을 통해 진정한 한.일 미래지향적 동반자관계를 구축하기 위한 지혜가 모여지기를 기대합니다.  그리고 “한.일 우정의 해”의 의미가 되살아 날 수 있도록, 한.일 양국정부와 국민이 함께 배전의 노력을 경주해 가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